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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새떼 충돌’ 경고 2분 뒤 조난신호…랜딩기어 미작동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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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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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새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지 2분 만에 조난신호를 보냈고, 이어 동체착륙을 감행했다. 새떼와 충돌한 뒤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 났고, 랜딩기어(기체에 달린 바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사고 수습 뒤 이어질 조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무안공항 관제탑이 제주항공 7C 2216편(방콕→무안)에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크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1번 활주로로 착륙하려 했으나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 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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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한 2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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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기어 왜 작동 안했나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를 키운 ‘랜딩기어의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운항학과)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하나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는 작동되고, 수동으로도 조작된다. 랜딩기어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동 시스템이 메인 랜딩기어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동체착륙 감행 후 감속이 안 돼 사고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동 세한대 교수(항공정비학)도 “유압 계통이 동시에 다 망가져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쪽은 “정기 점검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 점검해왔으며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의 영향이 랜딩기어 제어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등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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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방지, 적극적으로 했는지도





동체착륙을 할 경우, 통상 관제탑과 교신 등을 통해 공항당국이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활주로에 소화액을 뿌려놓는 등 화재에 대비한다. 항공기도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기내에 있는 연료를 최대한 배출한다.



그러나 이날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소방청이 현장에 출동한 것도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다. 충분한 사전 조처 없이 동체착륙이 감행된 정황이다. 새떼 충돌부터 외벽 충돌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급하게 상황이 돌아간 탓이 커 보인다. 향후 엔진 화재 등으로 인해 기체 내부에 어떤 비상상황이 벌어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제와 사고기 기장이 동체착륙 시작점을 제대로 확보했는지도 조사 쟁점이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퇴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 조류 충돌 예방 관련 인력은 4명에 그친다. 김포국제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등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무안공항은 인근에 몸집이 큰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과 호수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공항으로 꼽혀왔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류 충돌 예방) 기준에 맞춰서 인력 및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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