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7분쯤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무안행 제주공항 여객기가 앞머리가 들린 채 동체 착륙해 질주하는 모습. 독자 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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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현장을 담은 제보 영상이 퍼지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영상들을 보면 활주로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착륙 전 오른쪽 엔진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로 엔진 등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했다. 원인이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인한 것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애초에 기체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랜딩기어는 작동하지 않았다. 여객기는 바퀴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며 머리 부분이 들린 채로 착륙했다. 통상적으로 동체착륙의 경우 머리가 활주로 바닥으로 내려온다.
마지막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항 외벽에 충돌해 폭발하기 직전까지 바퀴를 내리지도 못했다. 항공기가 지상에 내렸을 경우 감속을 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모두 항공기의 뒷바퀴(메인 랜딩기어)에 부착돼 있다.
정원경 초당대 비행교육원장은 “비행기 상태를 보면 동체착륙 당시 속도가 활주로 끝나는 지점까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가 끝나면서 외벽 충돌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체착륙은 착륙 장치에 이상이 생긴 경우 기체의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접촉해 착륙하는 비상 절차다. 조종사가 랜딩기어 수동 조작도 모두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택하는 방법으로, 3㎞ 이상의 긴 활주로와 평탄한 표면이 필수다.
동체착륙은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도록 해야 하는 등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사고 항공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보면 랜딩 진입 각도도 양호하고 기장이 수동 전환도 잘했으나, 비행기의 제동은 활주로 지면과 동체의 마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가 지지부진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할 수 없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약 2.8km로, 이는 인천국제공항(3.7km)과 김포국제공항(3.6km)보다 짧다.
앞서 무안공항은 대형 여객기가 이용하지 않기에 국토교통부 등은 보잉 737급 항공기 이착륙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랜딩 기어 이상 등으로 속도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2.8km는 턱없이 부족한 길이였음이 드러났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항 활주로 길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은 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로 개항 때부터 줄곧 추진했지만, 사업비 확보가 여의찮아 추진이 미뤄져왔다. 현지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활주로 길이와 사고원인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활주로 연장 사업이 좀 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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