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1병에 43만원 받는 조건의 챌린지
챌린지 직후 병원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대량의 위스키를 '원샷'하는 챌린지를 했다가 숨진 태국 청년 타나깐 깐티가 평소 시장에서 화환을 파는 모습. 타나깐 깐티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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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콕포스트·더 네이션 등 현지 매체는 지난 25일 태국 중부 찬타부리주에서 타나깐 깐티(27)가 위스키를 마신 뒤 쓰러져 다음 날 새벽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상에 퍼진 영상을 보면 크리스마스 밤 파티에서 타나깐이 3만밧(약 130만원)의 돈을 받는 조건으로 위스키를 병째 들이켜는 챌린지를 수락했다. 그는 위스키를 단숨에 벌컥벌컥 마신 뒤 탈진 상태로 구토하다가 의식을 잃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타나깐의 할머니는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타나깐이 밀린 집세를 갚는 데 필요한 6만 밧(약 260만원)을 벌어 오겠다면서 외출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타나깐이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돌봐줬다. 그가 사라진 지금은 어떻게 계속 살아갈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타나깐은 위스키 350㎖ 한 병당 1만 밧(약 43만원)을 받기로 하고 최소 위스키 2병과 1잔, 맥주 4분의 1병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방콕 빈민가 출신의 타나깐은 생후 두 달 만에 부모가 헤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7살 때부터 시장에서 화환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정신 장애가 있어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던 그는 거리에서 손님을 모으기 위해 즉흥 랩을 하는 영상으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그는 고추냉이(와사비)나 더러운 음식·윤활 젤 먹기, 알몸으로 춤추기 등 '온갖 모욕적인 행위를 돈을 받고 해주는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타나깐은 자신의 행동을 두고 "나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부자들이 주는 그저 푼돈을 받기 위해 괴롭힘과 모욕을 기꺼이 당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비극적인 사연이 전해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그를 애도하는 동시에 이처럼 생명까지 위협하는 챌린지를 두고 '쓰레기 콘텐츠'라고 비난하며 온라인에서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책임자에 대한 경찰 수사, 타나깐 할머니에 대한 생계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타나깐의 시신 수습 비용 등을 지원한 또 다른 SNS 인플루언서 군또웃 뽕빠이분웻은 "사람들은 재빨리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즐겼지만,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단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현지 경찰은 타나깐에게 돈을 주고 위스키를 마시게 한 남성 인플루언서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챌린지와 관련된 다른 남성 인플루언서 1명도 체포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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