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등은 푸틴이 28일 알리예프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영공에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전날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 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내놓자 하루 만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지난 25일 카자흐스탄 악타우 시 인근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주변에서 응급 구조대원들이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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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 드론 격추 위해 방공망 작동 중"
푸틴은 이날 통화에서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남부의 그로즈니 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때, 그로즈니·모즈도크·블라디캅카스가 우크라이나 전투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아 러시아 방공망이 격퇴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방공망이 해당 여객기를 드론으로 오인 격추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도 전화해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애도를 표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앞서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J2-8243편은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항해 러시아연방 내 체첸공화국 수도인 그로즈니를 향하던 도중 방향을 틀어 카자흐스탄 남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추락했다. 당시 여객기엔 67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추락 사고로 38명이 사망했고 생존자 29명 중 11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사고 직후 크렘린궁은 "새떼와의 충돌로 인한 추락"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등은 러시아 방공망의 오인 격추 가능성을 제기했다. CNN 항공 분석가인 마일즈 오브라이언은 "기체에 구멍이 여러 개 나 있고, 구멍 주변부 금속이 안쪽으로 휘었다"면서 "해당 항공기 꼬리 근처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근거"라고 전했다.
사고 여객기의 생존자인 수브혼쿨 라키모프가 사고 여객기 안에서 찍은 동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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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증언도 격추설에 힘을 실었다. 생존한 승객 수브혼쿨 라키모프는 "폭발음이 들린 뒤 비행기가 술취한 것처럼 흔들렸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승무원인 줄푸가르 아사도프는 "안개로 인해 그로즈니에 착륙이 거부돼 조종사가 선회하던 중 쿵쿵 소리가 세번 들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러시아 크렘린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지도자 정상회담 중 홀에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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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이례적 사과…중앙亞 달래기
로이터통신은 이번 전화통화가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 러시아가 사실상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등을 들어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전화통화 직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중앙아시아 파트너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하며, 이번 사과가 그간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해 온 푸틴의 행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봤다.
WP는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두번째 비행기 사고라고 전했다. 지난 2014년 7월 말레이시아항공 MH 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인 부크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불법 점거에 이어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을 책동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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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여객기 사고 관련 최종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바쿠에서 러시아 공항 5곳으로 가는 항공편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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