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1 (화)

북한, 미국 향해 “최강경 대응 전략”…속내는 ‘신중 모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노동당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개최

“미국,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 비난

구체적 대미 전략 언급 안하고 ‘핵’ 표현도 없어

트럼프 대북정책 불명확한 상황 고려해 신중

대남 메시지 전무…탄핵 정국 등 의식한 듯

경향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천명”하고 내각총리를 박태성으로 임명하는 등 중요간부들을 교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최강경 대응 전략”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핵무력’과 관련한 직접적인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을 향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남한을 향한 정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23~27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주요 성과를 개괄하고, 내년 사업의 총체적인 방향과 정책 과업을 제시했다.

정세 관리 위한 신중한 대미 메시지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 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이 천명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을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 블록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그러나 대미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최강경’이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대미 비난 수위가 낮고 간결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와 달리 ‘핵무력 증강’을 포함해 핵과 관련한 내용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간접 서술하는 데 그쳤다. 김 위원장은 “가중되는 미국과 추종세력의 반공화국 군사적 도발 책동에 대처”하기 위해 “자위적 전쟁 억제력 강화”를 담보할 전략·전술적 방침과 과업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뚜렷한 대북정책이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세 관리 차원에서 대미 메시지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펼지, 대화에 나설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북한도 미국의 정책에 따라 최대치의 강경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최강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지 무조건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이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개최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미 메시지를 분명하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대미 원칙적 입장만 언급된 것은 북한을 둘러싼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에 기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북·미 대화의 개최 여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변화에 달렸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반공에 토대를 둔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한·미·일 군사협력 폐기가 선행돼야 대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남 메시지 전무…북·러 밀착 강화 뜻도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향한 평가와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남조선 영토 평정’ 등을 거론하며 남한을 거세게 압박한 것과는 대비된다. 남한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남 메시지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또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돼 전력에 공백이 있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향후 러시아와 밀착과 ‘반미’ 진영 국가들과 연대를 위한 대외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북한은 “공세적인 대외활동으로 유리한 대외적 국면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전략·전술적 과업들이 제시됐다”라며 “존엄과 국익을 존중하는 친선적이고 우호적인 나라들과 관계 발전을 적극 도모해 나가는 데 과업들이 명시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군이 내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참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2019년 말부터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전원회의 소식으로 갈음해왔다. 전원회의 보도도 12월31일이나 1월1일에 이뤄졌다. 이번 전원회의는 예년에 비해 다소 일찍 개최하고 공개한 것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