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조사서 37%로 독보적 1위
박근혜 탄핵 당시 문재인보다 높아
사법리스크·중도층 확장은 여전한 과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새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강 체제'로 사실상 굳어진 모습이지만 잠룡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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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연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가시화로 야권의 대권 주자들 발걸음도 일제히 분주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강 체제'로 사실상 굳어진 형국이지만 잠룡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박근혜 때 文보다 강하다?…확고한 1강 체제
이재명 대표는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조사(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5%)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37%는 이 대표를 택했다.
이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5%였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3%,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2%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도 각각 1%를 얻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대표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482명 중 69%는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이들 중 64%가 이 대표를 지지했고, 이어 조 전 대표가 4%였다. 중도층에서도 39%가 이 대표를 지지했다. 보수층에선 13%가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는데 15%를 기록한 홍 시장의 뒤를 바짝 쫓았다. 한 전 대표는 12%였고, 김 장관이 7%다.
이 대표의 선호도 37%는 갤럽 기준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 무렵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해 봐도 독보적 수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문 전 대통령과 지금의 이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하루 전날인 12월 8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은 20%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동률을 기록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18%로 뒤를 이었고, 안철수 의원 8%, 안희정 전 충남지사 5% 순이었다. 이듬해 1월 12일 발표된 조사에선 문 전 대통령이 31%, 반 전 총장 20%, 이 대표 12%, 안 의원 7%, 안 전 지사 6%,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5%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의 이 대표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482명 중 69%는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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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씨앤아이가 14~16일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휴대전화 100% 방식 ARS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4.7%)에서도 이 대표는 48.0%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8.0%, 홍 시장 7.0%, 오 시장 5.7%, 김동연 경기지사 5.7%,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4.8%, 이준석 의원 4.0% 순이었다. 조사 대상 중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이 대표가 유일하다.
◆계엄에 더 굳건해진 독주 체제…사법리스크는 여전한 발목
조사에서 나타났듯 이 대표는 대권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계엄 해제와 사태 수습, 탄핵안 가결까지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해내며 독주 체제를 단단히 굳혔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표가 무난히 당내 경선을 넘어 본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체적으로 표정을 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금 대선을 언급하다 자칫 오만한 인상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네거티브가 더욱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대선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얘기를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지금 말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권 주자 이재명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사법리스크 관리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신속 심리를 촉구하고 있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1심은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재판이 마무리되도록 규정한다. 국민의힘은 규정에 따라 내년 2월 중순까지 2심 판결이 나오고, 5~6월경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2심 선고만 대선 전에 나와도 이 대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사법리스크가 상당 부분 이미 반영된 상태고, 단단한 지지층을 구성한 만큼 당선무효형 확정만 맞이하지 않는다면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선두 주자로 주로 공격을 받게 될 이 대표의 입장에서 까다로운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낮은 부산·울산·경남의 득표율도 이 대표가 고심해야 할 지점 중 하나다. 부산·경남 출신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이 대표가 PK에 대한 영향력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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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확장도 숙제 중 하나다. 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48%였다. 이 대표가 정당 지지도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40대와 50대에선 과반 넘는 지지를 얻고 있지만 18~29세에선 21%에 그치기도 했다.
낮은 부산·울산·경남의 득표율도 고심해야 할 지점 중 하나다. PK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역 정서가 다소 흐려지긴 했으나 부산·경남 출신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이 대표가 PK에 대한 영향력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0·16 재보궐 선거에선 당 차원에서 부산 금정에 전력을 쏟았지만 국민의힘에 22.07%P 차로 패배하기도 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PK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반윤석열 정서만 기대하기보단 꾸준한 동진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3약' 김경수·김동연·김부겸…다크호스 우원식?
야권의 대권 주자는 이 대표만 있는 건 아니다. '3김'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 잠룡으로 꼽힌다. 탄핵 국면에서 이들도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노'와 '친문'의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계엄 사태에 이른 귀국을 택했다. SNS를 통해 정치 현안에 입장을 내고 있고, 탄핵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김동연 지사도 현안에 적극적인 소신을 밝히고 있다. 최근 한 강연에선 "기회는 제가 만들겠다"며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도 계엄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야권의 대권 주자는 이 대표만 있는 건 아니다. '3김'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 잠룡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와 김경수 지사. /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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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의 부상도 눈에 띈다. 계엄 국면에서의 대응에 힘입어 우 의장은 갤럽이 10~12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56%의 응답으로 1위를 기록했다. 20일 발표된 조사에서도 1%를 얻어 처음으로 차기 대권 주자 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우 의장은 19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 질문에 "생각해 본 적 없다"라고 답했다.
잠룡들의 숙제는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강하게 세운다면 당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대표와의 차별화와 동시에 동반자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이들에겐 유리할 것이라고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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