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 포인트'의 '아메리카 페스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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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양대 경제정책은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관세 인상과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세금 감면이다.
이 정책들은 미국 경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됐지만 미국 달러 가치의 변동성을 키워 글로벌 자산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이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미국 달러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은 무역적자 축소가 주요 목표다. 하지만 데스몬드 라크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은 지난 18일 배런스 기고문에서 관세 인상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실패했다며 관세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주요 무역 상대국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철강과 알루미늄, 3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5~2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전 5000억달러에서 퇴임 때는 6800억달러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무역적자가 단순히 관세를 올려 수입품을 덜 쓰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는 기본적으로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한 국가의 저축 수준이 투자 수준을 밑돌면 무역적자가 발생한다. 이는 '무역수지(수출-수입)=(저축-투자)+(조세-정부지출)'이라는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생산성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향상되면서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전세계 대부분이 경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은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 중의 하나다.
이렇게 미국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세금 감면은 미국의 저축률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감면으로 세수가 줄어든 만큼 재정지출이 줄지 않으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도 지난 23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미국 무역적자의 근원이 되는 저축과 투자 사이의 불균형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늘어 부채가 급증한다면 미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국채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이미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9월 중순 3.6% 수준에서 최근엔 4.6%대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정책 금리는 1%포인트 하락했으나 국채수익률은 반대로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이다. 하지만 AEI의 라크먼은 미국의 부채 증가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기피하며 내던지기 시작한다면 달러 가치가 급락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배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코넬대의 프라사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미국의 부채가 급증할 것이란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달러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달러 외에는 대안이 없어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전세계 자금은 달러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안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프라사드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자산인 달러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은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하되 미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달러 가치가 소폭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달러의 지배력이 훼손되며 달러 가치가 급락하거나 지배력이 더 강화돼 급등하는 것이다.
달러의 움직임은 각국 경제와 투자 지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달러 전망은 중요한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의 변화로 달러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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