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9 (일)

알리 손도 잡는다…정용진의 '실학' 경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간유통]신세계, 알리바바와 JV 설립
G마켓, 알리바바 인수 가능성도
실리 찾는 경영 나선 정용진 회장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쓱-알 동맹

벌써 한 해가 마무리되는, 2024년의 마지막 주입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법인데요. 때문에 올해 마지막 [주간유통]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한 해의 마무리에 어울릴 법한 '빅 딜'이 터졌습니다. 바로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동맹입니다.

이미 주중에 나온 이야기인 만큼 간단히 요약만 해 보겠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 손잡고 합작법인(JV)를 설립합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5:5로 출자를 하는데, 신세계는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JV의 자회사가 될 예정입니다.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 합작법인 설립과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G마켓과 옥션이 이베이코리아와 신세계그룹 밑에서 독자 운영을 했던 것처럼 JV 편입 이후에도 알리익스프레스를 포함한 세 플랫폼은 독자적으로 운영될 전망입니다.

양 사의 협업에서 오는 장점은 명확합니다. G마켓 셀러들은 보다 쉽게 알리에 입점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꾸준히 안정적인 한국 내 플랫폼 구축을 노려왔던 알리 측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단은 '윈-윈'입니다.

이거 어디서 봤는데

신세계그룹이 밝힌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협업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상당히 긴 보도자료를 간략하게 줄여 보면 'G마켓 셀러들이 알리를 통해 글로벌 판매를 할 수 있게 되고, 알리의 IT기술을 G마켓에 도입할 수 있고, 알리의 한국 투자가 늘어난다'입니다. 동등한 협업관계라기보다는 마치 피인수되는 기업의 목소리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실제로 JV가 설립되면 경영의 키는 알리바바가 쥘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규모나 운영 범위도 큰 차이가 있구요. 한국 시장만 보더라도, 적극적인 공격자 역할을 해야 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적자탈출을 위해 수세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G마켓의 입장이 다릅니다. 사실상 G마켓이 알리바바 산하로 들어간 모양새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향후 G마켓을 알리바바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실제 일부 보도에서는 3년 안에 JV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알리바바 측이 지마켓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즈워치

SSG닷컴 네오센터 내부/사진=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지난 6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사업 제휴를 맺으며 SSG닷컴의 물류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넘기기로 한 게 떠올랐습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7월부터 SSG닷컴의 물류센터 '네오' 2곳과 오포센터 1곳을 CJ대한통운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커머스의 핵심 역량인 배송을 CJ대한통운에 '외주'를 주게 된 셈입니다.

이번 G마켓과 알리바바 건도 G마켓 운영에 부담을 느낀 신세계가 알리바바에 운영을 '외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 후 SSG닷컴과의 시너지 창출에 애를 먹어 왔습니다. 사업 부문이 상당히 겹쳐 시너지는커녕 잠식효과만 두드러졌죠. 인수할 때는 3조5000억원이란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인수 후에는 자리를 잡기 위한 후속 투자가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들고 있어봐야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문을 과감히 '전문가'에게 맡기는 모습입니다.

우리 용진이형이 달라졌어요

올해 신세계그룹의 움직임을 보면 느낀 건, 정용진 회장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정용진 시대'를 열었는데요. 이전 부회장 시절과 여러모로 다른 경영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부회장 시절의 정용진은 온갖 사업을 벌이는 확장형 리더였습니다. 그가 인수하거나 신규 진출한 사업만 해도 H&B(분스·부츠), 삐에로쇼핑,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스타필드, 제주소주, 쇼앤텔, PK피코크, SSG랜더스 등 셀 수가 없습니다.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M&A인 G마켓 인수도 정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이뤄졌습니다.

이 중에는 스타필드처럼 업계의 중심이 된 사업도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사업도 부지기수입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사업에만 관심을 갖다가 내실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 부회장을 비판하는 이들이 그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비즈워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제공=신세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장 승진 후 그의 행보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듯합니다. SSG닷컴이 쿠팡과 같은 전국구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류센터 구축 없이는 새벽배송·당일배송 확대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쿠팡을 제외하고 전국 배송망을 갖춘 유일한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에 이를 맡기는 건 정답입니다.

이번 협업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3조5000억원이 투입된 기업을 헐값에 매각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SSG닷컴과 G마켓의 공존은 실패로 결론이 났죠. 그렇다면 또 외부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손은 당연히 알리바바일 겁니다. 그룹의 위기 앞에 "멸공"을 외치던 정 부회장은 가고 실리를 위해 중국 최대 기업과 손잡는 '실학파' 정 회장이 왔습니다. 정 회장 개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신세계그룹에는 다행인 일입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