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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아제르 항공 “추락 여객기, 외부로부터 물리적·기술적 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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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근처 해변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동체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악타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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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항공이 38명이 숨진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 “외부로부터 물리적·기술적 방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여객기의 목적지였던 그로즈니 쪽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공격에 대한 ‘대응 조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어느 쪽도 사고의 원인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려 격추된 것으로 결론이 좁혀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아제르바이잔 항공이 이틀 전 추락한 J2 8243편 여객기에 대한 “외부로부터 물리적·기술적 방해(physical and technical external interference)”가 있었다면서도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원인 조사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사고 여객기를 자국 영공에서 이탈시키고 위성항법장치(GPS)를 교란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 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아 추락했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아직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항공 전문가들은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꼬리 쪽 기체 표면에 생긴 구멍의 모양으로 볼 때 여객기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걸렸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로이터통신도 앞서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를 격추했”으나 고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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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보된 영상에서 캡처된 장면. 카자흐스탄 악타우 근처 해변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잔해에 나타난 손상을 보여준다. 악타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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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그로즈니를 향해 북서 방향으로 비행하던 여객기는 애초 목적지의 반대 방향인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의 해변 도시 악타우 인근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사고가 난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어 관심이 쏠렸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가 전날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힌 데다, 여객기 추락이 발생하기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돼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격추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 쪽에서도 “러시아 방공망이 여객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쪽은 이날 여객기의 목적지였던 그로즈니 쪽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다고 밝혔다.



27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야드로프 러시아 항공운송국장은 “(여객기 사고가 나던) 그날 그로즈니 공항 지역의 상황은 매우 복잡했다. 우크라이나 전투 드론들이 그로즈니와 블라디캅카스 도시의 민간 인프라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며 “(러시아의) 대응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항공기는 이 지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야드로프는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조종사가 두 차례에 걸쳐 그로즈니에 착륙하려고 하다가 결국 악투우로 목적지를 바꿨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와 충돌로 인해 비상 상황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가설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격추설을 경계해, 러시아 쪽 입장이 선회한 모습이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38명이 숨졌다.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수브혼쿨 라키모프는 로이터통신에 비행 중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굉음을 들었다며 “비행기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꽝'하는 굉음이 난 뒤 “어떤 형태로든 비행기가 손상을 입었음이 분명했다”며 “마치 비행기가 취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또 다른 승객도 큰 마찰음을 들었다면서 소리가 두 차례 났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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