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미국 역사박물관의 3층에는 미국 대통령 전시실이 있다. 이곳은 대통령의 사적, 공적, 의례적, 행정적 활동을 통해 미국 대통령직의 복잡한 역할과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900점 넘는 유물은 대통령의 역할과 문화적 위치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전시실은 단순히 대통령의 역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미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는지를 조명한다.
대통령직은 미국 헌법 제정 당시 미지의 영역이었다. 조지 워싱턴은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땅을 걷는다"고 표현했다. 초기에는 정당이 없었고 내각 구성원도 4명뿐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정의되는 과정이었고 그 부담은 대통령들에게 막중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직을 "굉장한 비참함"이라 했고, 존 애덤스는 이를 "친구에게 권하지 않을 자리"라고 했다. 대통령직은 단순한 영광이 아니라 커다란 책임과 고통의 자리였다.
전시실의 제목은 '미국 대통령: 영광스러운 짐'이다. 이 전시는 대통령의 역할을 7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위기와 전쟁 상황에서 군사와 경제를 통제하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다. 예를 들어 해리 트루먼이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승인한 결정은 이러한 권한의 극단적 사례다. 둘째, 행정부 수반으로서 법 집행과 공직 임명을 책임진다. 셋째, 외교 책임자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국제관계를 이끈다. 대통령은 전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민자 국가의 대표로서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수호하며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을 증진해야 한다.
비협조적인 의회로 인해 국내 정책이 좌절된 대통령들은 종종 외교문제에 집중했다. 예로 우드로 윌슨은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평화 유지와 국제연맹 창설을 위해 힘썼다. 그의 이상주의적 목표는 프랑스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국내 고립주의로 인해 의회의 비준을 받는데 실패했다. 윌슨은 국민과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전국을 순방했으나 과로 끝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의 외교적 노력은 이상주의와 현실정치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넷째,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의무를 수행하며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 무명용사의 무덤에 헌화하거나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다섯째, 경제 경영자로서의 대통령은 번영유지와 위기해결을 기대받는다. 경제는 실제로 대통령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국민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다. 여섯째, 정당 지도자로서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고 당을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당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비전과 위로를 제공하며 리더십을 발휘한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단순한 행정가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 위기상황에선 국민을 위로하고 통합하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이다.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등은 이런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인들은 역사를 돌아볼 때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리더십을 꼽는다.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해 보이지만 헌법과 정치적 제약으로 제한된다. 헌법은 연방정부의 권한을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공유하는 견제와 균형시스템으로 나눈다. 이 미묘한 균형 속에서 세 기관의 영향력은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의 대통령제가 지금 새로운 시험대 위에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 속에서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와 국민 모두의 성숙한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스미스소니언 미국역사박물관 3층 '미국 대통령 전시실'(The American Presidency-A Glorious Burden)의 입구. |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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