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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정치 리스크에 환율 1460원대도 뚫었다…금융위기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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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1월 이후 원, 달러 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


역대급 원화 약세가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훌쩍 뛰어 넘는 1460원선까지 치솟았다.

강달러에 신음하고 있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핵심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있단 신호를 대내외에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고환율은 가계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환율=수출기업 호재'라는 공식도 과거 얘기가 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정규장 종가(오후 3시30분)는 전거래일 대비 8.4원 오른 1464.8원을 기록했다.

정규장 종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3일(1483.5원)이후 1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두달 사이 80원 넘게 급등했다. 실제 지난달 1일 종가(1379.4원)와 비교하면 85.4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1400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엔 1430원대에서 등락했다. 여기에 지난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예고하자 단숨에 1450원선까지 뚫었다.

가뜩이나 글로벌 강달러에 원화가 힘을 못쓰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상황이 역대급 원화 약세장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펴는 윤 대통령의 수사 불응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전까지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원화 가치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국면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헌법재판관 후보 3인에 대한 임명을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이를 사실상 임명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야당이 즉각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서 정국 불안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에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실제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담화 직전 1462원대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담화 직후 1464원대로 튀었다. 최고 1465.9원까지 올랐다.

당장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엔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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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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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따른 가계와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당장 물가 부담 우려가 커진다. 수입 물가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량을 수입하는 원유 가격 급등도 불가피하다.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은 이달 셋째주까지 10주 연속 오름세다. 기름값이 뛰면 생산 비용이 커져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오르게 된다. 이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연쇄적으로 소비침체를 불러온다.

유학 등 외국에 체류 중인 가족들에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 가계 부담도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기업 타격도 크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로 먹고사는 제조 중소기업들의 비명소리가 크다. 최근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대기업들도 영향권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 하락한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도 환율이 1%만 올라도 중소기업의 손실이 0.36%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건전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기적 자금수요와 환율 급등이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국내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원화환산액 증가로 BIS 총자본비율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김종화 금통위원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주관하며 낸 메시지를 통해 "한은은 정부와 정책 공조는 물론 금융기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우리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환율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자본과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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