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계엄 사전 인지 못해"
"현장 형사들, 체포 장비 없어"
방첩사에 형사 10명 명단 제공
안내 목적···체포명단 전달 없어
우 본부장 등 4명 법원에 준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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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계엄 당시 방첩사로부터 주요 정치 인사에 대한 ‘체포조’에 경찰력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명단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재차 유감을 표했다. 경찰은 당시 방첩사로부터 현장에 파견할 경찰관 명단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국회의원 등을 체포하기 위한 것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26일 전창훈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은 이날 오후 2시께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종수 국수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저 등은 계엄 발령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방첩사 측에 안내 목적으로 형사 명단을 단순 제공했으며, (현장에 간) 형사들은 체포장비 등을 구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수본에 따르면 이달 3일 오후 11시 32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은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최초의 연락을 받았다. 방첩사는 국수본 측에 “합동수사본부 구성 시 수사관 100명과 차량 20대에 대한 파견을 요청할테니 미리 준비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계엄법, 계엄법시행령, 계엄사령부직제에 따라 계엄 상황에서 합수본은 의무 협조사항이다.
이에 제주도 출장을 가 있었던 우 본부장은 “인력 지원은 엄격히 법령을 검토한 뒤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갈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고 방첩사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 11시 52분께 방첩사에서는 국수본에게 ‘여의도에 인력 출동 예정인데, 현장 상황이 혼란해 안내할 인력이 필요하니 현장 경찰 5명의 명단을 제공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 이를 보고받은 윤 조정관은 “단순 지원 임무냐”고 재차 물어본 뒤 방첩사에 현장에 있는 영등포경찰서 인력 80여 명 중 형사 5명의 명단을 보냈다.
이후 방첩사는 안내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5명의 명단을 추가로 요청했고, 국수본은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추가로 명단을 받은 뒤 이를 방첩사에 전달했다. 명단에 포함된 형사들은 방첩사와 상호 위치파악을 위한 통화를 6회 진행했지만 직접 대면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인력 파견이 방첩사의 요청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영등포경찰서의 자체 판단으로 사전에 현장에 나가있었던 형사의 명단을 단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첩사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이나 명단도 전달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경찰관들이 나가있던 것도 국회 수소충전소 담장 붕괴로 인한 안전관리 차원에서 영등포경찰서가 자체적으로 인력 파견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방첩사의 연락을 받았었을 당시 ‘체포’라는 표현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 담당관은 “수사기획계장이 연락을 받았을 당시 ‘체포’ 표현이 있었지만, 계엄법 위반 관련 체포로 인식했고 주 업무는 안내 지원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수사기획계장의 전화를 받은 윤 조정관 또한 체포 관련 이야기를 듣고 ‘안내 지원 및 우발 상황 대비가 중점이냐’고 재차 물어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국수본은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후로 상황 종료를 통보하는 연락을 한 차례 한 것 외에 방첩사와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달 19일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전 담당관은 “경찰은 긴급 상황 때 우발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당연히 인원을 파견한다”라며 “일각에서 경찰 50여 명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러 현장에 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우 본부장 등 국수본 관계자 4명은 압수수색 관한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며 법원에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9일 검찰 특수본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총 4명은 지난 24일 준 항고장을 제출했다”며 “압수수색에 관한 처분이 위법사유가 있으니, 그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이달 11일 윤 조정관과 전 담당관, 수사기획계장 등 국수본 관계자 3명이 체포조 지원 사실 여부 등과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라며 “통상 참고인 조사는 제3자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진술거부권고지나 권리고지를 하지 않지만, 검찰은 참고인을 피혐의자로 인정할 때 사용하는 서식·방식의 고지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에서 본인의 혐의 사실을 추궁하는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경우 대법 판례상 조사를 받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피의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라며 “실질적 피의자 단계에서 조사를 하면 즉시 입건하거나 압수수색영장 청구 직전 입건해서 피의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하는데,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영장 사본도 교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준항고는 법관이 행한 일정한 재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신청이다. 이번 준항고장은 우 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을 비롯해 압수수색을 당한 국수본 소속 경찰들이 제출했으며, 국수본 차원이 아닌 4명이 개별 대응을 한 것이다.
앞서 이달 19일 검찰 특수본은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실과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우 본부장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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