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2.4% 증가한 176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1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4.12.11.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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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이 내년 1월 경기 전망을 어느 때보다 어둡게 본 것은 최근 대내외 악재가 연이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과 '원팀'이 돼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당분간 계속될 정치 혼란을 고려하면 큰 기대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전망도 지금만큼 어둡지 않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가 계속돼 경기 전반 회복세를 이끌었다. 일각에서 내수 부진 우려가 나왔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며 '대외 리스크' 우려가 커졌다. 대선 직전까지 트럼프 후보와 카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압승했다. 트럼프의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던 우리 기업은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후 직·간접 경로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 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우리 기업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로이터는 최근 정권 인수팀 내부 문건을 입수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대 7500달러(1070만원)에 이르는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을 폐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0%의 추가적인 '보편관세'를 약속했던 트럼프는 당선 이후 멕시코·캐나다에 관세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 입장을 밝혔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취임 후 얼마나 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정국이 혼란에 휩싸였다. 비상계엄은 선포 후 2시간 30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국회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여야 간 갈등은 계속 확대됐다.
정치 혼란 가중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내수가 급격히 얼어 붙었다. 내수 부진은 점차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내년 1월 내수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88.6으로 전월(98.4)보다 9.8포인트(p) 떨어졌다.
정치 혼란은 대외 리스크 대응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달과 내달 중순까지가 트럼프 당선인 취임(2025년 1월 20일) 전 한국에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신속하게 관세 인상 등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정치 혼란과 관계없이 사전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세미나에서 "지난 6개월 이상 우리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각종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며 "국내 정치 상황 변화에 맞춰 계획과 대응 방안을 새롭게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 혼란 가중으로 우리 정부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평가다. 내년 1월 수출 BSI 전망치가 90.2로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이런 불안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계는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내수·수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대외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고, 정치 혼란도 가중되고 있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대외 신인도와 환율 등의 변화도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응이 잘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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