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발원 인도로 흐르는 야를룽창포강에 역대 최대 수력발전…
수자원 타격 직면한 인도·방글라데시 반발, 백지화 가능성은 낮아
[우한=신화/뉴시스] 15일(현지시각) 중국 후베이성의 싼샤댐에서 양쯔강 상류의 홍수에 대비해 9개의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고 있다. 2024.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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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티베트에 총 투자비만 1조위안(약 200조원)이 드는 초대형 수력발전소를 짓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흐르는 강인 만큼 수자원에 타격을 입을 해당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무려 3억명분 전력이 충당되는 사업인 만큼 아랑곳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2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티베트 자치구 내 야를룽창포(雅?藏布江)강 유역에 초대형 수력발전 프로젝트 건설을 승인했다.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총 발전용량만 3000억kW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현존 단일규모 세계 최대인 중국 싼샤댐(삼협댐·연간 847억kWh)의 세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런 구상이 가능한 까닭은 티베트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야를룽창포강의 낙폭 덕이다. 야를룽창포강은 총 길이 2840km로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데, 티베트 서부 린즈지역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눈 녹은 물이 수원이다. 동쪽으로 흘러 중국 방향으로 쑥 들어온 인도 아삼지역에서 브라흐마푸트라 강으로 합류한다. 그러다 남쪽 방글라데시에서 메그나 강과 합류, 벵골만으로 빠져나간다.
특히 중국 내 구간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인 야를룽창포 대협곡을 형성한다. 이는 협곡 평균 고저차가 무려 5000m, 최대 7667m에 달한다. 게다가 이 구간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높은 고저차와 풍부한 강수량으로 수력발전엔 최적 조건이다.
사업이 최초 구상됐던 2020년 당시 옌즈융 중국 국영전력건설공사 회장은 "야를룽창포는 세계서 수력발전이 가장 용이한 지역"이라며 "50km 구간인 하류에만 총 2000m 낙차가 확인될 정도여서 개발 가능한 자원이 거의 7000억kWh에 달한다"고 말했었다.
문제는 중국이 야를룽창포강에 댐을 지어 틀어막을 경우 이 강에 농업용수와 식수를 의존하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인도가 우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브라흐마푸트라 강에 자체적으로 댐 건설을 계획 중이었다. 중국이 초대형 댐을 지어 물을 막아버리면 중국 마음대로 인도의 댐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인도 유력 매체인 더힌두는 "중국의 댐 건설은 브라흐마푸트라 강의 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인도 북동부 농업과 식수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어떻게 댐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하류지역에 대한 갑작스러운 물 방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 위험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상호 무관세 협약을 맺는 등 경제적으로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우려가 크다. 인도가 브라흐마푸트라 강을 막겠다고 나선 데다 중국이 상류를 틀어막아버리면 방글라데시의 젖줄 격인 메그나 강의 유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보라색이 중국 티베트 지역을 흐르는 야를룽창포강. 초록색이 인도 아삼지역, 노란색이 방글라데시를 통과하는 유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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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들은 이런 주변국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댐 건설을 추진하는 중국 기술력 홍보에 여념이 없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전례없는 기술적, 공학적 과제가 주어졌다"며 "남차바르와산을 통과하는 20km 길이 터널 4~6개를 통해 초당 약 2000입방미터인 강 유량 중 절반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이 댐을 통해 인근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자원개발도 촉진될 것이며 이 지역의 청정 에너지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공사 개시 시점이나 프로젝트의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정부가 주변국 반발로 댐 건설을 백지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력발전소는 완공될 경우 무려 3억명분 연간 전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가뜩이나 첨단기술 전환에 매달리며 전력 수요가 급증한 중국이다. 전기차 등 전동화 전환으로 전력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가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가동 및 건설 중인 원전 규모는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 본토 원전 설비용량은 2035년 2억㎾ 이상에 도달해 전국 발전량의 10~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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