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계대회 유치 계획 공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조성 중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 단지’의 조감도. 민자 사업으로 2032년 완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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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에서 양궁 경기가 열린다. 여의도공원에선 세계적인 스타들이 스케이트보드 실력을 겨룬다. 한강에서는 철인3종 경기가 열린다.
서울시가 25일 이러한 내용의 ‘2036 올림픽’ 유치 계획을 공개했다. 오세훈 시장은 2022년 “서울에서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했는데 2년 만에 세부 계획안이 나온 것이다.
서울시는 ‘경제 올림픽’을 표방했다. 서울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스포츠과학원에 의뢰해 실시한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6년 올림픽을 치르는 데 총 5조833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 7월 열린 프랑스 파리 올림픽(12조3000억원)의 40% 수준이다.
기존 스포츠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산, 인천, 경기, 강원 등과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 짓는 시설 없이 100% 기존 시설을 활용해 치를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
계획안에 따르면, 개회식과 폐회식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린 잠실주경기장에서 다시 치를 계획이다. 잠실주경기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이미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농구, 레슬링, 유도 등 경기는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조성 중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 단지에서 연다. 이 복합 단지는 민자 사업자인 한화 컨소시엄이 2032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돔(dome) 야구장과 호텔 등을 갖춘다.
양궁 경기는 우리나라의 상징 공간인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우리 선수들이 활을 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될 것”이라고 했다.
철인3종 경기는 반포한강공원에서 연다. 서울시는 지난해 한강에서 ‘시민 철인3종’ 대회를 연 적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리는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치렀는데 센강보다 한강 물이 훨씬 깨끗하다”고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를 열 계획이다.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은 여의도공원에서 연다. 배구는 장충체육관, 체조는 올림픽체조경기장, 축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한다.
전체 경기장 38개 중 14개는 지방에 있는 시설을 활용할 계획이다. 서핑은 강원 양양 죽도해변, 골프는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배드민턴과 탁구는 경기 고양 킨텍스, 요트는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10월 이 지자체들과 관련 협의를 마쳤다.
2036년 올림픽을 놓고 인도와 카타르, 인도네시아, 이집트,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경쟁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계에선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동 첫 올림픽 개최국을 노리는 카타르, 대형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풍부한 우리나라를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26년 이후 최종 개최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8년 대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2032년 대회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다.
국내에선 서울과 전북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한체육회가 26일부터 현장 실사에 착수한다. 내년 2월까지 국내 후보 1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그리스, 일본, 독일 등 7국뿐이다. 2036년은 1988 서울 올림픽을 개최한 지 48년이 되는 해다. 마라톤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지 10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는 88 서울 올림픽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했다”며 “48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개최해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올림픽 개최의 효과를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매년 세계 도시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일본 모리기념재단은 최근 자료에서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는 올림픽을 개최한 후 도시 경쟁력 점수가 급상승했다”며 “올림픽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서울은 올해 조사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제치고 세계 6위에 올랐다. 도쿄와 파리는 각각 3위와 4위다.
88 올림픽 유치단에 참여했던 한 원로 인사는 “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경쟁국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흑자 올림픽’이나 ‘평화 올림픽’ 같은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2004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처럼 막대한 운영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20~30대를 중심으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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