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씨 수첩 신빙성에 의문”
‘12·3 비상 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작은사진) 전 정보사령관과 경기 안산시 신당(神堂) 모습./구동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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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이른바 ‘2인자’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기이한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NLL 북한 공격 유도’ 등이 담겨 논란이 된 노씨 수첩 내용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 수첩의 신빙성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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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노씨의 기이한 행적들
노씨는 소령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자기를 ‘수암 선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95년 노씨(당시 이름은 노용래)와 함께 육군 1사단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군 소식통은 “당시 노씨는 1사단 예하 대대 작전과장(소령)이었는데 대대 지휘통제실에 베니어합판으로 가벽을 세워 방을 만들고서는 한자로 ‘수암선생실(水岩先生室)’이라는 문패를 걸어둬 말이 나왔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노씨는 2~3평 정도 되는 밀실에서 뭔가 공부를 하는 듯했다”고 했다. ‘수암’은 노씨가 스스로 붙인 아호(雅號)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대대장은 노씨 행동을 별달리 제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육사 수석 입학생 출신인 노씨는 학군(ROTC) 출신이었던 당시 대대장은 물론 후임 대대장으로 온 육사 선배도 무시하며 트러블을 일으켰다”고 했다.
노씨의 기행은 이른바 ‘군대 전투 축구’를 할 때도 엿보였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당시는 상급자가 소속된 팀과 붙으면 살살하며 져주는 게 불문율이었는데 한번은 지휘관 팀을 상대로 혼자 다섯 골을 넣어 평범한 사람은 아니란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노씨 머리가 비상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적잖다. 한 예비역 인사는 “노씨는 소령 때 대대 작전과장 수준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미 연합 작전 계획을 해박하게 알고 있었다”며 “후배들도 육사·학군·학사 등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일을 잘하면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밀어줬다”고 했다.
노씨는 전역 이후 2022년 2월부터 전북 군산의 무속인 ‘비단아씨’ 이선진(37)씨와 교류하며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노씨는 또 이씨의 ‘인생 상담’을 해주면서 “신령님한테 밉보이면 큰일 난다”고도 했다고 한다. 노씨는 비슷한 시기 ‘뱀닭’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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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노씨 수첩 신빙성 원점서 재검토
지난 24일 경찰에서 노씨 사건을 송치받아 기록을 검토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노씨 수첩이 수사·재판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60페이지 분량의 이 수첩에 ‘NLL 북한 공격 유도’ ‘정치인 사살’ 같은 문구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첩 내용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수첩 기재 내용이 노씨 혼자만의 상상인지,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에게 보고된 내용인지가 불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계엄 당시 군이 ‘북한 공격 유도’나 ‘정치인 사살’을 계획했다는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계엄 당시 군 병력이 국회 봉쇄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노씨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는지도 입증되지 않았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별동대로 알려진 ‘수사2단’은 인사 명령까지 작성됐지만 실제 구성되지 않았다. 경찰은 노씨 등에게서 수첩 내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노씨 수첩이 국정 농단 사건의 ‘안종범 수첩’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4~2016년 작성한 63권의 업무 수첩은 다른 물증이나 관련자 진술로 신빙성이 검증됐다. 반면 노씨 수첩은 작성 시기나 배경이 모두 불명확하고, 수첩 기재 내용이 주요 피의자들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치권에선 노씨가 정치인을 체포한 후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을 받게 해 사실상 사살한다는 ‘백령도 작전’도 세웠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경찰은 노씨 수첩에 관련 내용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씨를 포함해 계엄 관련자들을 추가 조사해 수첩 내용을 처음부터 검증할 계획이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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