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으로 합병을 주장한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의 타실라크 항구에 노을이 지는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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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은 그린란드 지배권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다음날, 덴마크가 자국령인 그린란드 방위비를 대폭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파나마 소유인 파나마운하에 이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도 미국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은 특유의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계산된 대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24일 그린란드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은 채 “100억크로네(약 2조원) 단위”라고만 언급했는데,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50억크로네(약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있는 북극사령부 주둔 병력 확대, 민간 공항 1곳을 F-35 전투기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조, 감시선 2척과 장거리 비행 드론(무인기) 구매 등에 증액된 방위비가 쓰일 전망이다.
이 발표 전날인 23일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켄 하워리를 주덴마크 대사로 임명한다며 “국가 안보와 전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덴마크 정부의 그린란드 방위비 증액은 이전부터 계획되어왔고, 트럼프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면적 216만6천㎢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그린란드 구입에 관심을 보였다. 1860년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때 검토가 시작됐고,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구입 제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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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울센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발언 뒤 발표가 나온 점에 대해 “운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파나마 소유인 파나마운하 그리고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은 특유의 과장과 위협을 넘어서 중국 견제 등을 위해서라면 타국의 주권과 영토도 침해할 수 있다는 트럼프 진영 내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때인 2019년에도 미국이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사들이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으나, 덴마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과 비난을 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후에도 그린란드 획득에 대해 관심을 잃지 않았다고 트럼프 측근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진영 인사들은 최근 몇주 동안 미국이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획득할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고도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만약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면, 미국이 그린란드와 자유연합협정(COFA)을 맺는 방안을 가능성 있는 것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자유연합협정은 미국이 태평양의 섬나라들인 마셜제도, 팔라우 등과 맺은 협정으로, 이 섬나라들은 독립된 주권국가이지만 미국과는 고도의 경제통합을 이루고 있다.
그린란드는 2009년부터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약 5만7천명 주민 대부분은 덴마크령으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린란드 주민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미국 등과의 관계 확대를 원하고 있다. 덴마크왕립국방대학의 마르크 야콥센 교수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이 웃어넘기지 못하고 있다”며 그린란드 주민들은 트럼프의 관심을 미국과의 경제관계 확대 심화를 위한 기회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해외 영토 획득에 대한 트럼프의 잇따른 발언은 그의 미국 제일주의가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 필리핀을 합병했던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때의 팽창주의나 식민주의를 불러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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