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내란은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는 경구를 실감케 하는 최악의 사태였다. 8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육사 출신 김용현(38기)과 방첩사령관 여인형(48기),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41기)은 이번 내란의 3대 오물이다. 김용현은 현역 시절 4성 장군 진급에 실패하자 예비역이 된 후 육사 7년 선배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골프장에서 만나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직 출세를 향한 그의 열망은 일본 왕을 향해 막말을 한 스기야마 하지메와 비슷하다. 여인형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을 만류했다고 진술한 모양이지만 실상은 계엄 성공 이후 자신의 세상이 열릴 것이란 망상에 젖어 있었다. 육사를 수석으로 입학했던 노상원은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을 한 과거로 인해 군에 한이 맺힌 인물이다. 그는 올봄에 전북의 한 무속인을 찾아가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자신은 대통령실로 진입할 것이라 떠벌렸다. 일본 3대 오물의 현대적 환생이라고 할 인물은 이 세 명이 전부가 아니다. 권력과 진급의 노예가 된 소신 없는 사령관들과 그 추종자들도 군인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중요 가담자들이다.
일본 군국주의와 패망을 육군대학 없이 설명할 수 없듯이 한국에서 두 번의 성공한 쿠데타(5·16, 12·12)와 한 번의 실패한 내란(12·3)도 육군사관학교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앞의 두 번의 쿠데타가 선출된 권력이 군을 통제하는 문민통제의 실패 사례라면 이번 내란 사태는 아돌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1941년), 조지 부시의 이라크 침공(2003년)과 같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폐단이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합리적인 심의 과정과 제도적 절차를 생략하고 군을 사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주관적 문민통제라고 한다. 권력자의 야심에 기회주의적 군부가 아첨하고 추종하면서 벌어진 친위 쿠데타도 이에 해당된다. 군에 대해 제도와 법에 의한 객관적 문민통제가 아니라 권력자에 의한 주관적 문민통제는 민주주의에 가장 위협적인 정치 현상이다. 박정희의 유신 쿠데타와 박근혜의 계엄 문건 작성도 주관적 문민통제의 또 다른 폐단으로 그 주축은 육사 출신이었다. 육사 출신들이 군의 진급과 보직에서 과도한 특혜를 누리면서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지휘관을 배출했고, 그것이 검찰 권력과 결탁해 작금의 내란 사태로 이어졌다.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 폐쇄적인 선후배 문화로 구성된 일부 육사 출신의 일그러진 정체성은 국가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다.
오물들의 내란 행위를 변호하거나 옹호하는 세력들의 궁극적 이상은 전두환의 5공화국이다. 그들에겐 검찰 권력과 군사 권력이 야합하는 통치 체제와 공포정치가 가장 좋은 것이다. 이런 망상의 원천을 제거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 폐교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 지금의 육사 선후배 일파는 정치세력화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차제에 육·해·공 삼군 사관학교를 통합하고 자원·인력을 민주화·선진화하는 새로운 군사 교육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일본은 60년 역사의 육군대학을 폐교한 1945년에야 비로소 군국주의를 청산했다. 우리도 내란과 외환의 인적 네트워크를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국군의 육사 패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군사 체계를 도모할 때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