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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월의 폭설이 내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뜨거워져서 녹는 게 아닌
뜨거워져서 차가워진 것
그러나 앞으로 몇년 후엔
눈 내리는 겨울이 아니라
비만 내리는 겨울로
한반도 기후가 바뀔 것이다
어쩌면 강력한 폭설은
지구의 SOS일지 모른다
지구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답은 간단하다
탄소를 줄이면 된다
소비자로서 개인의 힘을
모아보면 좋겠다
지금 강원 평창에서는 서울대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1년 동안 준비한 기후위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름은 ‘Save Our Snow(SOS)’. 눈을 구하자는 뜻도 있지만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SOS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눈을 주목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 중 기후변화로 가장 빨리 사라질 거라 예상되는 것이라서다. 눈은 그 자체로 온대기후 지역의 겨울을 상징하는 자원이기도 하지만, 햇빛을 반사해서 온난화를 막고, 봄이면 녹아서 인간과 동물에게 수자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 땅을 덮어 동물들이 땅속에서 따뜻하게 겨울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눈이 사라진다면 눈사람을 못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기온, 수자원 그리고 생물다양성까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많은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1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도 전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눈이 내렸다. 아니, 퍼부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서울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또한 많은 적설량으로 수백억원의 자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2월21일 또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우리가 지금 기후변화로 눈이 사라질 것이라고 열심히 얘기하는 중인데, 당황스럽게 너무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1일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눈이 내리는 평창의 캠페인 장소에 찾아온 일반 시민들이 질문을 해왔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데 왜 눈을 구해야 하나요? 기후변화로 눈이 사라진다는데 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건가요? 이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된 것인가요? 내년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오나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내린 폭설이 기후변화를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가 되어주었다. 11월, 12월에 내린 폭설은 정확히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지구온난화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두 번의 폭설 발생 원인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 바다가 마치 목욕탕의 온탕처럼 따뜻해서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대기로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강력한 한기, 즉 찬 바람의 영향이다. 현재 북극 지역 또한 온난화로 해빙이 많이 녹아 찬 공기를 가두는 대기의 막이 약해진 상태라 극 지역의 한기가 언제든 한반도로 쏟아져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바다를 만나 비와 눈을 뿌릴 수 있는 구름이 만들어지고 그 구름이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엄청난 양의 눈을 뿌린 것이다.
결국 폭설이 내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많은 지역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뜨거워져서 녹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져서 차가워진 것이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맞다. 그럼, 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눈이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또 폭설이 내릴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앞으로 몇년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기후변화 양상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눈이 내리는 겨울이 아니라 비만 내리는 겨울로 한반도의 기후가 바뀔 것이다. 그래서 강력한 폭설은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구조신호일지 모른다. 분명 폭설을 통해 우리에게 기후변화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70년 후쯤 한국엔 겨울눈 사라져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미래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국의 눈이 어떻게 바뀔지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좀 멀리 떨어진 시기이지만 2090~2100년을 예측한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강원도 설악산 같은 고산지대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에서는 연중 눈이 내리는 날이 0일로 예상되었다. 야외에서 하는 동계스포츠인 스키, 스노보드 등은 불가능한 상황이 될지 모른다. 누군가는 인공눈을 만들면 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눈 또한 저온과 일정량의 습도가 유지돼야 뿌릴 수 있어서 사실상 만들 수 없다고 봐도 좋다. 현재 동남아 사람들이 눈을 보고 스키를 즐기기 위해 한국의 평창으로 오는 것처럼 우리도 중국이나 러시아, 아니면 멀리 유럽이나 캐나다에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중국은 정부에서 강력히 동계스포츠를 육성하고 스키장 여러 곳을 건설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대비일지도 모르겠다.
평창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에게 기후변화, 온난화 그리고 눈의 사라짐 등 이야기를 하면 의외로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 기후위기에 관한 인식이 크게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평창에 눈을 보러 온 사람들이나 겨울스포츠를 즐기려 방문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눈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로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공감한 사람들은 꼭 질문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앞으로 눈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 연인 등 지금 눈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행복한 추억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일 수 있으니 말이다.
꼭 눈이 아니더라도 기후위기에 대한 강연을 하러 가면 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저탄소 물건 사는 가치소비 필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늘 같다. 바로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위기를 유발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즉 탄소배출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이 왜, 어디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지 살펴보면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인류가 배출한 탄소는 대부분 에너지 사용과 관련이 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과정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 수요를 충당하고자 값싼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을 마구 쓰고 있다. 여기서 누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산업, 우리의 경제활동 때문이다. 사람들이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고, 폐기하거나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럼, 이제 답은 나왔다. 산업 분야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산업은 우리 경제활동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비용을 들여 탄소를 감축할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하거나 원료를 바꾸진 않을 것이다. 아니면 탄소 감축을 위해 물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자발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는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탄소배출이 적은 물건을 사는 가치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가치소비를 하게 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되어 오히려 물건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는 일정 수준의 규모가 될 때까지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국 소비자의 생각이 바뀌면 경제도 바뀌고 기후변화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의 변화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캠페인 장소에는 3m가 넘는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캠페인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지구를 위한 편지를 써서 나무에 달아두고 간다. 매일 그 편지를 수거해 보면 놀랍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지구가 아파요.” “우리가 도와줘야 해요.” 지금 아이들 눈에 비친 세상은 이런 것이다. 아이들의 말처럼 우리가 함께 도와준다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간단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탄소를 줄이면 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니 소비자로서 개인의 힘을 모아보면 좋겠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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