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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그 무서운 벙커?”... 충북에선 크리스마스 축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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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 당시 주요 인사를 가두는 장소로 활용될 뻔 했던 벙커가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용도와 달리 계엄 사태로 인해 공포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벙커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이 열리는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당산 생각의 벙커’는 1973년 충북도청에서 250m 떨어진 당산의 암반을 깎아 만든 전쟁 대비 군사시설이다. ‘당산 벙커’ ‘당산 터널’로 불리던 벙커는 전쟁이나 유사시 방공호 및 도청 공무원 비상근무를 위한 충무시설로 활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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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충무시설로 활용하던 당산 벙커./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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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벙커는 면적 2156㎡(652평), 길이 200m, 폭 4m, 높이 5.2m 정도의 아치형으로, 유사시 작은 화물차가 물자 등을 운반하기 위해 드나들 수있다. 터널 안엔 200㎡, 165㎡, 20~66㎡ 등 크고 작은 공간 14곳이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각종 훈련시 당산 벙커를 이용했던 충북도는 낡고 실내 습도 조절이 어려운 데다 안전점검에서 C등급 판정이 나오자 대체지를 마련해 충무시설을 이전했다.

방치됐던 벙커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취임하면서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도는 당산 벙커를 보안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어두컴컴한 터널에 조명을 설치하고 각종 시설물을 보강했다. 보강공사를 마친 벙커는 전시·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지난해 11월 일반에 개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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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 충북도 충무시설인 당산 벙커(당산 생각의 벙커)가 전면 개방됐다. 사진은 개방식 행사 모습./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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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당산 생각의 벙커’로 정했다. 벙커 활용을 위한 일반 아이디어 공모전도 했고, 전문가들 초청 간담회도 열었다.

50년만에 빗장이 풀린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는 수시로 전시회가 열리고,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또 계절에 따라 각종 이벤트를 여는 등 시민들의 도심속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일 오후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는 ‘신나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는 아이와 부모 등 300여명이 찾아 잃어버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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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충북도의 옛 충무시설인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 올뮤지컬단이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 공연을 하고 있다/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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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찾은 성주영(43)씨 부부는 “요즘 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르게 삭막해 아쉬움이 컸는데 무서울 것 같던 벙커에서 아이 함께 크리스마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영환 지사는 “앞으로도 많은 행사가 마련돼 있다”며 “가족·연인과 함께 당산 생각의 벙커를 찾아 따뜻한 연말,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 7일 국악풍 캐롤송 공연으로 시작한 ‘동굴 속 화이트 크리스마스’ 축제를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간다.

25일 크리스마스 축제에 이어 오는 27~28일에는 빵과 커피가 어우러지는 ‘빵·커’ 축제를 연다.

축제에선 단양 명물 카페산과 바누아투과자점, 본정초콜릿, 흥덕제과, 굼드림 등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제과·제빵·커피점이 참여한다. 빵을 무료 시식할 수 있고 업체 대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또 하모니 체임버오케스트라, 재즈 앙상블 청울 등의 공연, 초콜릿 마스터 김동석 셰프 ‘월드 초콜릿 마스터셰프의 길’, 증강현실 체험 등도 진행된다.

김주태 충북도 문화산업팀장은 “닫혔던 공간 벙커를 시민과 함께 나누려는 뜻에서 ‘빵커 축제’를 연다”며 “빵과 커피를 즐기면서 시민에게 열린 벙커의 매력을 누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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