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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국난 극복 DNA’로 미래를 열자 [대한민국, 위기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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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권 오남용·느닷없는 계엄

시대착오적 한국 정치 보여줘

국민은 새해 앞두고 우려 커져

반등 위한 인식의 대전환 필요

역사적 위기마다 놀라운 저력 발휘

전쟁 참화 딛고 경제대국 반열 오른

강인한 민족 정체성 되살려야 할 때

진영 이익만 추구해선 화합 불가능

지금의 헌정 위기를 되레 기회 삼아

‘신통일한국’ 구현할 방안 모색 필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로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혼란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를 잃고,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도 세계 10위권 국가로 우뚝 선 민족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민족적 정체성의 근원은 무엇인가. 한민족의 소명은 무엇인가. 진정한 민주주의, 애민주의, 평화주의 구현을 위해 우리의 과제를 짚고 신통일한국의 비전을 제시한다.

세계일보

강원 양구군 파로호에 위치한 인공습지 ‘한반도섬’을 드론으로 포착한 모습. 본지가 올해 한반도에 공생(共生)·공영(共榮)·공의(共義)의 훈풍이 불길 기원하며 창간 35주년 기념호(2024년 2월1일자) 1면에 게재한 사진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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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인들은 뿌듯한 성취감과 쓰디쓴 열패감을 동시에 맛봤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민족의 문화적 저력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쾌거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은 한국의 국격을 추락시킨 참사였다. 스웨덴에서 전해진 낭보가 드높인 국민적 자부심은 퇴락한 한국 정치의 정쟁에 묻혀 국가적 경사로 승화할 기회를 잃었다. 을사년 새해를 앞둔 요즘 우리 국민은 기대와 희망을 말하는 대신 ‘한국호(號)가 이대로 좌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위기의 밑바탕에는 세상을 이해함에 있어 오직 사람과 권력만을 중심에 놓으려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현상의 본질을 ‘힘에의 의지’(프리드리히 니체)로만 해석하려는 것이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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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 입법권을 오남용했다. 공직자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예산안을 왜곡함으로써 정부 기능의 정상적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가 리더이자 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쏟아진 쇄신과 협치 요구를 차갑게 외면하며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국민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세계인들을 부끄럽게 했다. 대의 민주주의의 현장인 국회에 완전 무장을 한 계엄군이 진입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시대착오적 한국 정치를 입증하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양측이 벌인 권력의 무한 충돌 결과가 바로 지금의 참담한 탄핵 정국 아닌가.

눈을 세계로 돌려 보자. 우크라이나에서는 영토 확장의 탐욕에 사로잡힌 러시아의 침략으로 발발한 전쟁이 벌써 2년 10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동맹 수위를 높이고 북한 병사들까지 파병해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은 어떤가. 유대교를 신봉하는 이스라엘이 주변의 이슬람 세력과 벌이는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선 승리로 4년 만에 다시 미국 행정부를 이끌게 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서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을 본격화할 태세다. 트럼프의 재등판에 오랫동안 형제처럼 지내온 미국과 유럽 국가들 간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단초가 된 한·미 동맹 역시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일보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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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리는 놀라운 저력으로 역사적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선열들은 3·1운동을 비롯해 끈질긴 독립운동으로 나라 되찾기에 나섰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처럼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들의 도움으로 결국 35년 만에 국권을 되찾았다. 공산주의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3년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렀으나 국군의 용맹한 응전과 유엔군의 대규모 참전에 힘입어 나라를 지켜냈다. 전쟁의 참화로 국토가 폐허가 되었지만 우방국들의 원조 아래 온 국민이 합심해 재건에 힘쓴 끝에 마침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국회 탄핵소추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두 번의 헌정 위기 또한 우리는 슬기롭게 이겨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고 헌법이 규정한 대로 질서정연하게 상황을 수습했다. 이처럼 강인한 민족적 정체성을 다시 되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보듯 한민족은 대단한 문화적 저력을 지니고 있다. 문학은 물론 가요, 영화, 드라마 등 분야에서 ‘케이(K)’라는 접두어가 붙는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쓰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힘은 갑자기 생겨나거나 누구한테 거저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 반만년에 걸친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 쌓인 경험과 지식이 대대손손 이어지며 유전자(DNA)에 집약된 결과다. 단군신화를 보면 알 수 있듯 한민족은 그 시원에서부터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따르며 이를 체화해왔다. 하늘의 선택을 받은 민족임을 자부하는 선민(選民) 의식은 자칫 다른 민족을 멸시하고 핍박하는 종족 우월주의로 변질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민족의 그것은 애초 하늘의 도리에 순응하고 타인에게 이로움을 베푼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 만큼 우월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일보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15일 “교전 중 숨진 북한군”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엑스(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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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를 맞아 인류는 더 이상 권력 다툼, 패권 경쟁만으로는 문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정치, 경제,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인류는 이제 80억 구성원의 공생(共生)·공영(共榮)·공의(共義)를 위해 전향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선민으로서 한민족은 사익을 좇는 협량한 태도에서 벗어나 인류의 공생·공영·공의 추구에 앞장서야 한다. 과거의 ‘권력·전쟁’ 구도가 인류를 구원했던가. 한국에서의 그악스러운 정치 투쟁, 세계 각지에서의 무력 충돌 등이 빚은 참혹한 결과를 보면 권력·전쟁 구도는 진작 수명이 다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사랑과 평화로 대표되는 여성성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오직 ‘사랑·평화’ 구도로의 전환을 통해서만 우리는 문명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또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해 대처할 수 있다.

한민족의 고유한 정체성과 선민 정신, 위기 극복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는 내년에 분단 80년을 맞는다. 세계일보 설립자이신 문선명·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는 동토의 왕국, 소련과 북한을 방문해 각각 최고 지도자와 회담을 갖고 평화 세계 구현의 첫발을 뗐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산주의를 맹종하는 북한 체제에 자유가 꽃피지 않는 한 3·1운동도,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민주화 역사도 반쪽에 그칠 뿐이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확인했듯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는 대한민국 미래를 암울케 한다.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의 저출생 현상도 우리 기성 세대가 청년들에 미래의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세계일보

2020년 2월4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천주평화연합(UPF) 주관으로 열린 ‘월드 서밋(World Summit) 2020’ 총회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가운데)와 세계 각국의 전·현직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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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준비할 비전이다. 바로 신(神)통일한국 시대다. 신통일한국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총체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부터 해야 한다. 통일한국을 논함에 있어 왜 사람이 아닌 신 중심의 사고가 필요한가. ‘인간신’(人間神)이 중심인 세상에서 공생·공영·공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신이란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뜻한다. 요즘 인공지능(AI)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미래에는 기계가 신 노릇을 하게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지만 인간신이든 ‘기계신’이든 한계는 뚜렷하다. 결국 누가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느냐를 둘러싼 세력 다툼, 패권 경쟁으로 일관하다가 인류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보다 신을 우선하는 ‘신인간’(神人間)의 사고만이 이 같은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신통일한국의 비전에 입각해 한국이 지금의 헌정 위기를 되레 기회로 삼아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좌·우익 이념을 아우를 수 있는 두익(頭翼) 통일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탄핵 정국에서 여야 모두 자기 진영 이익만 추구해서는 국정 공백 해소가 불가능하다. 여당 국민의힘의 ‘국민’과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를 합친 ‘국민과 더불어’라는 목표를 실천에 옮길 새로운 가치관으로서 두익의 철학이 절실하다. 이러한 ‘공생’의 가치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뤄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불어 상생하는 평화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가야 한다. 우리는 6·25전쟁 당시 세계 22개국이 참전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는 한민족이 하늘의 선택을 받았음과 동시에 우리에게 국제사회에 대한 보은의 의무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 제5사무국을 한반도에 유치하는 일은 세계 평화를 위한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가 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조형국 글로벌비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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