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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늙어가는 한국…전립선·췌장암 등 '고령 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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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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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꼴이다. 다만 '완치' 판정 기준인 5년 이상 생존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여성들이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많이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2022년 신규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총 28만2047명으로 전년 대비 154명(0.05%) 줄었다. 암에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암 투병 중인 환자는 작년 1월 1일 기준 총 258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5%에 달했다. 특히 65세 이상 암 유병자는 130만2668명으로 7명당 1명꼴이었다.

평생 암이 발생할 확률은 남성이 2022년 기준 기대수명인 79.9세까지 살 경우 37.7%, 여성이 기대수명인 85.6세까지 살 경우 34.8%로 나타났다. 전체 암 발병률이 소폭 줄었지만, 고령화로 전립선암과 췌장암 등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종의 환자가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체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은 522.7명으로 전년 대비 12.8명 줄었다. 성별로 보면 남자 592.2명, 여자 485.1명이었다.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87명으로, 미국(367명) 영국(307.8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5년 순 생존율은 훨씬 높았고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77명으로 주요 비교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0~14세에서 백혈병이 가장 많았고, 15~64세에선 갑상선암이 1위였다. 65세 이상에서는 폐암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장암과 유방암도 15~64세에서 각각 발병률 2, 3위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암종의 환자가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전립선암은 2022년 기준 2만754명으로 전년 대비 9%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췌장암과 유방암도 각각 6.4%, 1.2% 증가했다. 복지부는 "2021년 이후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증가하고 있어 향후 고령층에게 잘 발생하는 암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 발생 순위는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폐암(14.7%) 전립선암(14.1%) 대장암(13.3%) 순으로, 여성은 유방암(21.8%) 갑상선암(18.8%) 대장암(10.0%)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이번 통계에서는 '암 경험자'라는 용어도 재확인됐다. 조기 발견과 치료법 발전으로 이제는 암을 극복하고 장수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를 기록했다.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해 2001~2005년 진단받은 암환자의 생존율(54.2%)보다 크게 높아졌다.

2022년 기준 암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한 환자는 전체 암 유병자의 61.3%인 158만701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만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국가암검진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국가검진 대상 중 위암과 대장암, 유방암은 발생률 대비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게 된 것도 한몫했다. 2001~2005년과 비교했을 때 2018~2022년에 진단받은 환자들은 주요 암종에서 5년 생존율이 크게 증가했다. 폐암이 16.6%에서 40.6%로 24%포인트나 늘었고, 위암(20.4%포인트)과 간암(18.8%포인트)의 5년 생존율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한국 암환자 5년 생존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며, 특히 위암과 대장암은 높은 검진수검률에 힘입어 주요 비교 국가 중 매우 높은 수준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통상 암 진단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를 '국한(Localized)'이라고 하고, 주위 장기나 림프절을 침범했을 경우 '국소진행(Regional)'으로 본다.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까지 퍼졌을 경우 '원격전이(Distant)'라 하고, 병기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Unknown)도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새로 진단받은 암환자의 45.5%가 국한 병기에서 진단됐고, 국한 병기에서 진단 시 92.1%의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이 상태에서 진단을 받으면 갑상선암은 사실상 정상인과 동일한 생존율을 나타냈으며, 유방암 99.1%, 신장암 98.1%, 위암 97.4%로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폐암(79.8%)이나 간암(62.3%), 췌장암 생존율(46.6%)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늦게 발견되고 생존율이 낮은 암은 여전히 췌장암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은 주요 암 중 원격전이(발생자의 43.8%)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원격전이 발견 시 5년 생존율은 2.6%로 매우 낮았다. 폐암도 진단 시 41.4%가 원격전이였으며, 원격전이 발견 시 생존율은 12.9%였다. 양 원장은 "암 발생자 5명 중 1명은 여전히 원격전이 상태에서 진단되는 만큼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국가 암 관리 사업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10대 사망 원인 중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등이었다. 암과 심장질환이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 2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암을 주요 만성질환으로 지정·관리하라고 권고한다.

암 유병자

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 및 암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사람을 포함한 수치. 우리나라가 전국 단위 암 발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4년 동안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2023년 1월 1일 생존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산출했다.

5년 순 생존율

암이 유일한 사망 원인인 경우 암환자가 진단 후 5년간 생존할 확률. 연령 구조가 다른 지역·기간별 비교를 위해 연령 표준화한 수치이며 암 생존율 국제 비교 시 활용된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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