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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단독]“턱뼈 괴사해도 큰 병원 못간다니...” 갈 곳 잃은 중증 치과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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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전국 47개 병원 모두 참여했는데
치과병원들, 예상치 못한 유탄 맞아

동네치과에서 치료 못하는
전신마취 필요한 환자들도
정부 분류상 ‘중증’ 아니야
치과는 2차병원 아예 없어
10명중 8명은 뺑뺑이 돌 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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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82세 김정순(가명) 씨는 압박골절과 척추 후만증을 치료하기 위해 6년째 관련 약을 복용해왔다.

최근 약물 부작용으로 아래턱뼈 왼쪽 부위가 괴사해 급히 동네 치과를 찾았지만 치료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폐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인데다 흉곽도 변형돼있어 전신마취 수술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김 씨는 “큰 병원으로 가라기에 가까운 치과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중증환자가 아니라면서 치료가 안된다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전국 47개 병원이 모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이들 상급병원 부속 치대병원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줄이고 중증·응급·희귀질환 비중을 70%까지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인데, 현재 치대병원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질환이 중증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인정한 전문질환 환자가 치대병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현재 치과병원을 찾는 환자 10명중 8~9명은 소위 ‘큰 병원’을 가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동네 치과에서는 치료할 수 없고, 치과는 2차 병원도 없는 상황이어서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3곳이 6차 참여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국내 상급종합병원 47곳 모두 일반병상을 최대 15% 줄이는 대신 내년부터 중환자실과 중증·응급수술 등에 대해 인상된 수가를 적용받게 됐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 부속 치대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질환이 ‘상급 외 일반진료질병군’으로 전환돼 병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복지부가 발표한 질병군 분류 기준에 따르면 구강암과 구순구개열 등 일부 전문질환군만 중증코드를 부여받았다.

정영수 대한치과병원협회장(연세대 치대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은 “병원 입장에선 치과 입원실을 의과용 중증 병상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턱뼈 골절, 괴사, 협착증 등으로 치대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치과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강악안면외과의 전문질환군 비중은 8.1%, 일반질환군은 89.4%, 단순진료는 2.6%다. 경북대치과병원도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전문질환군 비중이 11%, 일반질환군이 89%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형준 연세대치과병원장은 “예를 들어 안면부 농양의 경우 치대병원에서만 다루는데다 사망 위험도 있는데, 전문질환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증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고난도 전신마취가 필요한 소아·고령환자, 장애인 환자 등도 갈 데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치과의 경우 의과와 달리 2차병원의 개념이 없다. 정부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 환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협회장은 “구조전환 사업의 목적이 3차병원을 찾는 경증환자를 2차병원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인데 치과는 병원과 의원으로만 구성돼있기 때문에 전달체계 자체가 다르다”며 “이대로라면 중증환자들이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뺑뺑이를 돌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근 대한치과병원협회 부회장(경북대치과병원장)은 “쇄골두개 이형성증으로 과잉치가 20개에 달해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는 환자가 병원에 왔는데, 국소마취로는 신경 인근의 기저골까지 매복된 치아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흉곽 발달까지 지연된 탓에 폐렴 후 호흡부전을 여러차례 겪어 정밀 수술이 필요한 경우임에도 이제는 일반 의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태스크포스)에 치과 분야를 포함시켜 구조전환 사업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증도 평가에 구강 치료의 특수성을 반영해 상급진료 질병군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이다.

정 협회장은 “고령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치대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상급진료 적합질환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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