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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준석 “여성 높은 집회 참여율? 치안 좋아서…남성들은 군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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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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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2·3 내란 사태 이후 도드라진 2030 여성들의 집회 참여 현상에 대해 묻자 “대한민국의 치안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아주 좋다”고 말했다. 청년 여성의 적극적 정치 참여 배경으로 ‘훌륭한 치안’을 언급한 것인데,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단편적 분석인데다 여성 비하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30 여성들의 높은 집회 참여율은 ‘좋은 치안’이 배경?





이 의원은 23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2030 여성들의 집회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어떻게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선 20대 남성은 20%가 지금 군대에 가 있다”고 답하더니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외에 있을 때 시위를 경험해 보니, 치안 상황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여성분들이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수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해당 현상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요청하자 이 의원은 “2030 여성들의 반윤석열 정부 성향이 굉장히 강했고, 그것을 실제로 나와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여성들이 왜 윤석열 정부에 반감을 가졌는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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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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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위험 무릅쓰고 나온 것”





전문가들은 청년 여성의 집회 참여와 치안을 연결 짓는 이 의원의 발언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추동한 원인과 그 에너지를 축소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여성이 “치안이 좋아서” 집회에 나온 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추위와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광장에 모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것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부정의에 반발하고 집단적인 행보에 나서는 이유는 본인이 이미 겪은 차별에 대한 감각으로 연대감이 생기고, 더 이상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치안’을 운운하는 발언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여성 비하적”이라고 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여성학협동과정)도 “광범위한 연대 경험, 미디어 역량 보유 등 정치적 주체로서 여성의 역량 강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양하다”며 “그런데도 ‘치안’을 언급하는 것은 여성들이 ‘안전하니까 나가볼까?’라는 인식에서 집회에 참여했다고 보는, 매우 여성 폄하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청년 여성들은 ‘내가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나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나선 것”이라며 “정치인이라면 저런 얄팍한 해석이 아니라, 왜 이들이 추운 날 길바닥에 앉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안이 좋은데도 2030 남성들은 왜 집회 참여에 소극적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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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6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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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지수 163개국 중 46위…국가별 치안 순위는 더 떨어져





‘치안’과 ‘정치 참여’를 연관 짓는 이 의원의 인식은 사실과도 거리가 멀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 치안이 전 세계적으로 아주 좋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부실하다.



올해 우리나라의 세계평화지수(GPI)는 1.848로, 조사 대상 국가 163개국 중 46위였다. 세계평화지수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본부를 둔 경제평화연구소(IEP)에서 해마다 발표한다. 대내외 폭력 분쟁 건수, 불신 수준, 정치적 불안정성, 테러 행위 가능성, 살인 사건 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데 1점에 가까울수록 평화로운 상태다. 우리와 비슷한 40위권 국가에는 베트남,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세계 도시·국가 비교 누리집 ‘넘베오’에서 발표하는 치안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16년 1위(인천), 3위(서울)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5위(서울)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국가 차원에서 파악한 ‘여성살해(페미사이드)’ 통계는 존재하지도 않아, 다른 나라와 견줘 한국 여성이 겪는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비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객관적 국제 지표뿐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안전감도 “아주 좋다”와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4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28.9%로 2년 전보다 4.4%포인트 감소했다. ‘밤에 혼자 걸을 때 불안하다’고 느낀 비중은 30.5%로 2년 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불안감(44.9%)은 남성(15.8%)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청년 여성은 결코 안전하다고 느껴서 집회에 나온 것이 아니며, 불안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치안 열악한 국가서도 여성들 적극 시위 나서





또 치안이 열악한 국가에서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선 사례는 여럿 있다. 올해 세계평화지수(GPI)가 2.319로 116위인 인도에서 지난 8월 열린 ‘밤을 되찾자’ 시위가 대표적이다. 여성 수련의가 병원에서 쪽잠을 자다 강간·살해당한 사건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당시 수천 명의 여성들이 밤에 거리로 나섰다. 강간 범죄가 빈발하는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야간 외출을 삼갈 정도로 치안이 열악하다. 시엔엔(CNN)은 지난달 이 시위를 소개하며 “남아시아 전역에서 여성들이 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4일 와이티엔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이 의원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2030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인정하면 된다”며 “남성들은 군대에 가 있어서 그렇다 같은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궁색하다”고 꼬집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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