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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많이 못해 미안" 폐지 팔고 용돈 모아 기부한 기초수급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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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 키우는 기초수급 가정... 첫째는 장애 3급
부산 덕천지구대 앞에 종이 상자 놓고 사라져
어린이날에도 선물 등 지난해부터 8차례 기부
한국일보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앞에서 발견된 종이박스에 들어있던 편지와 현금.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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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폐지를 팔고, 세 아이는 용돈을 모아 더 어려운 이웃에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한 기초수급 가정의 사연이 알려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24일) 오전 10시 10분쯤 덕천지구대 앞에서 큰 종이 박스 하나가 발견됐다. 박스 안에는 손편지와 함께 1,000원짜리 지폐 30장, 저금통, 아동용 패딩, 김장김치가 들어있었다. 편지에 '첫째가 장애 3급인 세 아이의 아빠로 기초수급자'라고 소개한 기부자는 "폐지를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이 적게 나와 많이 못했다"며 "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애기(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음 한다"고 썼다. 이어 "지폐는 은행에서 깨끗한 돈으로 바꿨다"며 "막내의 생일을 맞이해 아들에게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또 "김장 김치와 패딩도 준비했는데 미약해서(약소해서) 미안하다"며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드시고, 패딩은 아이가 따뜻하게 입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돼지저금통은 삼남매가 용돈 받아서 모았다. 이쁜 삼남매 저금통 받아주세요.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마무리했다.

지구대 앞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편지 작성자의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이 박스를 놓고 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 폐지를 팔아 모은 돈 3만 원과 옷, 과자, 라면 등을 지구대에 두고 간 사람과 동일 인물이었다. 이들 가족은 지난해 9월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로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 4만 5,000원을 전달하는 등 지난해부터 8차례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덕천지구대 관계자는 "세 남매를 키우면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할 텐데 폐지를 팔아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운 겨울 따뜻하고 큰 감동을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 기부 물품은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됐다.


부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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