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지역 점포 묶어 관리하는 '그룹화 전략' 부작용 심각…신한 '커뮤니티', 우리 'VG' 제도 내년 폐지
4대 시중은행, 지점 수 변화/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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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포들을 묶어 함께 영업하는 전략을 폐지하고 있다. 지역별 영업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고, 몇몇 지점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서다. 지역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추가 그룹화의 필요성도 떨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전국 16개인 지역본부를 40개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지역본부 아래 조직인 112개의 '커뮤니티'를 없앨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16년부터 리테일 영업점과 금융센터를 포함한 인근 7~8개의 영업점을 묶어서 영업점 간 협업을 유도하는 '커뮤니티 협업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른바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으로 중심축인 거점 영업점을 중심으로 몇 개 점포를 묶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과거 같은 은행 내에서도 인근 지역 지점 간에 경쟁이 심해 영업 효율성 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자 도입됐다. 지점 간 협업을 통해 개별 영업점이 갖기 힘든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전문역량 등을 공유하고, 활발한 인력 교류로 영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거점 영업점의 지점장이 커뮤니티장을 맡았다.
하지만 도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로 묶여서 평가를 받다 보니 영업 성과가 우수한 지점에 몇몇 지점이 묻어가는 무임승차가 발생했다. 반대로 하나의 지점이 징계 등을 받으면 커뮤니티 전체가 평가에서 감점받는 문제도 있었다.
개별 인사와 성과 평가에서도 단점이 나타났다. 여러 지점을 관리하는 일명 '컴장(커뮤니티장)'의 인사 평가가 중요해지면서 컴장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도 퍼졌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커뮤니티 제도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커뮤니티 체제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지역별로 필요한 영업은 지역본부를 늘려 관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인근 영업점 5~6개를 묶어 공동영업·합산평가하던 '영업점 VG(Value Group)제도'를 내년부터 전면 폐지한다. 개별 영업점 단위의 세밀한 고객관리와 신속한 영업 추진이 변화된 점포환경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하나은행도 '컬래버'라는 협업 영업제도를 지난해 폐지했다. 4대 시중은행 제도 중에는 KB국민은행이 몇몇 지점을 묶어 관리하는 PG(파트너십 그룹)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은행권의 지역 그룹 영업의 변화는 점포 수 감소와도 연결돼 있다. 그룹화 영업이 도입되던 2016말 3332개 였던 4대 시중은행 지점 수(출장소 제외)는 올해 상반기 2448개까지 줄었다. 약 8년 동안 전국에서 880여개의 지점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권이 지점을 금융센터 등으로 통폐합하면서 하나의 금융센터가 리테일·기업영업, 자산 관리 등의 역량을 갖추는 형태가 됐다. 또 개별 지점의 영업 범위도 넓어져 굳이 여러 지점을 묶어서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묶여 있는 형태가 금융센터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묶어서 함께 운영하던 협업 제도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특히 몇 년 사이 금융지주와 은행 CEO(최고경영자) 등이 대거 바뀌면서 과거부터 이어온 제도를 과감히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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