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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조수일 첫 시집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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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울음을 찾아 나를 들여다보는 슬픔의 촉수"

뉴스1

조수일 시인의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 시집 표지('시산맥'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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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조수일 시인의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이 '시산맥'에서 출간됐다. 지난 2002년 기독공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발간한 첫 시집이다. 20년이 넘도록 불면의 밤을 새며 쓸고 닦아 온 뭇별 가운데 56편을 골라 한데 묶었다.

'흔한 꽃이에요/ 들어다 보아주는 눈빛 없어 홀로 피었다 지는/ 흥건한 속내 들키지 않으려/ 어긋난 입 모양을 해도/ 사람들은 태생이려니 나를 지나쳐요/ 대낮 경쾌한 워킹은/ 쏟아지는 낮잠 속에서나 거닐어 보는 꿈의 꼭짓점/ 나를 다 기울어도 쏟아지는 건/ 살갗처럼 발달한 슬픔의 촉수인 걸 남들은 몰라요'('슬픔에 관한 소고' 일부)

시인은 '홀로 피었다 지는, 남들에겐 관심도 없는 흔한 꽃'같은 시(詩)일지라도 그게 '슬픔의 촉수'라며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아무리 시인이 많고, 시가 넘쳐난다고 한들 시인의 노래가 어찌 '흔한 꽃'이야 되겠는가.

시인은 '시장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 방금 절인 듯한 고등어와 눈이 마주쳤다'며 '고등어 한 손을 앞세우고 돌아오는 길에/ 바닷물 한 떼가 흰 웃음을 포말처럼 일궈가며 앞서 걷고 있다/ 거실 가득 한 무리 고등어 떼가 풀어지고/ 이불 속, 착하게 포개어진 몸 둘이 지느러미 없이 강을 건너고/ 이내 어부바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안긴문장과 안은문장이 지금 완성되고 있다'('어부바'일부)고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안기고 안은문장'은 흔 할 수 없어서, 하나 뿐인 시인의 놀이터가 된다.

그는 또 '나를 아세요?'라는 시에서 '줄곧 나를 읽고 있는 당신,/ 내 페이지 어디쯤에 붉은 밑줄 그었을까요'라고 물은 뒤 '어쩌면 낱자 속으로 숨어든 날 다 읽지 못할/ 슬픔 먼 당신,// 눈 끝 시린 늙은 새 한 마리/ 제 그림자를 거두고 있는 닳은 부리, 보이나요?'라고 '슬픔 먼 당신'을 생각한다. '낱자 속에 숨은 나'를 다 읽는 사람이 있겠는가라는 반문은 홀로여서 흔 할 수 없는 시인과 시인의 눈을 가진 사람들의 외로움이자 숙명이다.

"내 안과 밖의 그리운 이름이 하 많은 나의 당신들에게도 한 줌 위로이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라는 게 '그 외로움'들에게 건네는 '시인의 말'이다.

문정영 시인은 '해설'에서 "시를 읽다보면 시와 울음 울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도 울음 우는 시인의 마음결을 들여다보고, 시인이 가진 깊고 진정한 정서에 몰입하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며 "메마르고 지난한 시간들 속에서 내 안의 울음을 찾아 나를 들여다보는 시인이 있다는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울 뿐이다"고 했다.

조수일 시인은 나주 출신으로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제1회 송수권 문학상 신인상과 항공문학상 최우수상, 등대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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