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
1·2심 벌금 500만원
대법,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
대법원.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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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온라인 게임을 하다 상대방의 부모님을 언급하며 성적 비하하는 발언을 했더라도 성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명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적 불쾌감을 주려는 게 아니라 단순한 분노 표출이라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를 받은 20대 여성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3월께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하다 채팅창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일명 ‘패드립’을 했다. A씨는 “니 XX가 X으로 하는 거 보고”, 니 XX XX(성기) 더러운 것만 하겠냐”는 등 성적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기사로 담기 어려운 수위 높은 욕설이었다. 피해자도 20대 여성이었다.
수사기관은 A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죄는 본인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컴퓨터 등을 이용해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도달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1심과 2심은 유죄였다. 벌금 500만원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학교와 유치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3년을 명령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판사는 2021년 10월께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상대방에게 성적 모멸감을 주고 만족감을 얻고자 했던 게 명백하다”며 “분노감에서 한 행위일 여지는 있어 보이나 일그러진 성적 욕망과 결합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2형사부(부장 강희석)도 지난해 5월, 벌금 500만원 등의 선고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본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혐의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의 성별도 모르는 사이로서 이 사건 당일 처음 인터넷에서 함께 팀을 이뤄 게임을 하게 됐을 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투는 과정에서 다소 공격적인 메시지 내용을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게임 실력을 탓하는 것을 시작으로 말다툼을 하다 격화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경위 등을 고려하면 메시지에 피해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긴 하다”면서도 “피고인은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2심)은 통매음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로써 A씨는 4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죄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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