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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방심위 국가기구화 추진에…“민간기구 취지 훼손·검열 논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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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0월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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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위원장을 국회가 탄핵소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언론단체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방심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해 국회의 탄핵이 가능하도록 하면 ‘제2의 류희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야당 논리인데, 방송과 통신 등에 대한 내용 규제 기구인 방심위를 국가기구화하면 ‘검열 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의 시작과 끝, ‘류희림 방심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지난 13일 통과시킨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3인을 차관급·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함으로써, 방심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권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현재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로,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심의위원도 모두 민간인 신분이다. 따라서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헌법 65조)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방심위원장은 그 업무의 중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며 “이에 따라 위원장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발의된 이훈기 의원안, 한준호 의원안, 최민희 의원안도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취지와 방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야당 위원이 앞다퉈 ‘방심위 견제’에 초점 맞춘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에는 ‘류희림 방심위’가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위촉된 뒤 줄곧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편파 심의’, ‘정치 심의’ 논란을 빚어 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자신의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대한 방송심의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민원 사주’ 의혹과 논란에도 휩싸였다. 관련 민원이 쏟아진 시기는 지난해 9월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 나가 이들 보도에 대해 “엄중 조처하겠다”고 발언한 뒤였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13일 전체회의에서 방통위법 개정 필요성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심위 관련 곤란한 문제에는 ‘독립 기구라서 답변을 안 한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회계 감사권을 이용해 방심위원장을 쫓아내는 등 왜곡된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 국가기구화’ 논란에 대해서는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로 유지될 것이며, 이에 필요한 후속 입법이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방위 전문위원도 “입법 취지 훼손 우려”





문제는 야당 뜻에 따라 방통위법 개정 절차가 매듭지어질 때, 방심위를 민간 독립기구로 규정한 애초의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건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도 지난 8월에 낸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내세운 뒤 “상임위원 또는 방심위원장만 정부직 공무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방송 내용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여 방송의 공정성·중립성을 확보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한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총 9인의 심의의원 중 위원장을 비롯한 세명의 상임위원만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해버리면, 다른 위원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언론단체의 반발은 좀더 직설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성명에서 “지난 13일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아예 정권이 방심위를 통제해 국가 검열을 부활시킬 수 있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개정안 통과 직후에 낸 성명에서 “방심위의 근본 문제는 민간 독립기구라는 외피를 쓰고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무한 재량을 누린다는 데 있다”며 “국회가 고쳐야 하는 건 과도한 권한과 무한 재량이라는 (방심위)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방심위의 자의적인 ‘공정성 심의’를 차단하는 내용의 또 다른 방통위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해 주목을 받는다. 정 의원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한다’(18조)를 ‘방송 내용의 공공성을 보장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아울러 방송심의의 법적 근거인 방송법(32·33조)에서도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방심위가 공정성 심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24일 정 의원은 “2024년 현재까지 사실상의 행정기구에서 보도 프로그램 등을 심의하는 다른 나라 사례는 찾기 힘들다”며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해 다른 방송심의는 유지하더라도) 방심위가 ‘정치 심의’ ‘편파 심의’ 소지가 있는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심의 권한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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