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단체·이주노동자 등 인권위 앞 집회
성탄절 소원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활동가와 성소수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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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는 자 향한 사랑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
소수자 위한 연대 목소리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은 오색 천으로 온몸을 망토처럼, 목도리처럼 감싼 시민들로 가득했다. 마이크를 잡은 기독인 페미니스트 단체 ‘믿는페미’의 노랑조아(활동명)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탄핵을 외치는 시위 현장에는 여성이, 성소수자가, 장애인이, 이주민이 있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바라는 ‘하나님 나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인권이 나중으로 밀리지 않는 나라다.”
성탄절에 ‘탄핵 무지개’가 떴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단체들은 이날 인권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통령을 탄핵하고, 평등 세상을 향해서 행진하자”고 외쳤다. 2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여성 노동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이주노동자, 기독인 페미니스트, 청소년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희 천주교여성성소수자공동체 알파오메가 활동가는 “광장에서는 여성을 비하하는 곡을 쓴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며 “윤석열이 탄핵당해도 소수자들은 여전히 존재를 삭제당하고, 비하당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내가 광장에 서서 말하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실현된 세상인가”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소수자와 연대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A씨(23)는 “성소수자도, 장애인도 결국 한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야 한다고 항상 외친다”며 “나도 같이 살아가기 위해 다른 집회 대신 이곳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무지개색 천을 망토로 두른 김모씨(18)는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에 저항하고 입시를 준비하느라 참여하지 못한 퀴어퍼레이드 대신 집회로 왔다”며 “평화로운 시기에도 평등 문제는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주최한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 참가자가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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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예수’의 뜻을 생각하며 집회에 참석했다는 시민도 있었다. 60대 오세향씨는 “기독교의 참의미는 소수자, 약한 자와 핍박받는 자에 대한 사랑에 있다”며 “성탄절에는 이 집회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촛불행동도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윤석열 파면·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약 8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진보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를 열었다. 발언자로 나선 예비 초등교사 성예림씨는 “내란 범죄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는 순간도 기억할 것이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들이 광장에서 외쳤던 꿈도 기억할 것”이라며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연대하는 세상을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추산 700명(주최 측 추산 1000명)이 모였다.
같은 시간 진보당 집회 현장에서 경찰 기동대 버스 차벽을 경계로 격리된 곳에서는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대통령 수호 집회’를 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온 이들은 ‘윤석열 지지’ ‘이재명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면서 탄핵 반대를 외쳤다. 경찰 비공식 추산 1000여명(주최 측 추산 2만명)이 모였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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