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 유연석
아내 사랑하지만 차갑게 대하는
남편 役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
나쁜 남자 이미지 강했던 주지훈
연못에 빠져 물풀 뒤집어쓰는 등
몸개그 불사하며 완벽 코믹 연기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촉망받는 정치인 유연석(왼쪽 사진)은 아내(채수빈)를 위협하는 협박범을 추적하면서 뜨거운 진심을 보여준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의 주지훈이 물에 빠진 첫사랑(정유미)을 구하기 위해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물풀을 뒤집어쓰고 나온 모습. 그는 “(구하려 물에 뛰어든 게 아니라) 미끄러진 것”이라 우긴다. /MBC·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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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역할이 바뀐 거 아니야?” ‘나쁜 남자’의 대명사로 통했던 주지훈(본명 주영훈·42)이 최근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 다리’(tvN 토일드라마·이하 사외다)에서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고, 칼잡이로 나올 때조차 순애보 연기를 선보였던 유연석(본명 안연석·40)이 ‘지금 거신 전화는’(MBC금토드라마·이하 지거전)에서 차갑고 냉정한 연기를 선보이자 나오는 말이다.
올해 데뷔 22년 차 유연석에겐 요즘 ‘동공조차 냉각해버린 듯한 웃음기 가신 표정’ ‘한겨울 얼음 창고보다 더 냉랭한 말투’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지거전에서 채수빈(홍희주 역)과 정략 결혼 3년 차인 쇼윈도 부부이자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인 백사언을 연기한다. 건드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한 외모에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갖춘 차세대 정치인 역할이다. 아내에게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애써 숨겨놓은 애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선 한층 섬세해진 연기 진폭을 실감케 한다. 24일 공개된 K콘텐츠 화제성 조사 플랫폼 ‘펀덱스’에서 유연석은 ‘드라마·OTT 부문’과 ‘출연자’ 부문 모두 화제성 1위에 올랐다. 과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에서 김태리를 흠모하던 칼잡이 구동매 역에서 선보였던 순애보 연기도 진일보했다.
주지훈의 연기 변신은 더욱 놀랍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나른하면서도 몽롱한 제스처로 ‘나쁜 남자’와 ‘모성애 유발자’ 사이를 오갔던 모델 출신 배우가 몸을 쓰기 시작했다. 유혹하는 몸짓이 아니라 몸개그. 그는 철천지 원수 집안이지만,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정유미(윤지원 역)를 18년 만에 다시 만나 사랑을 틔우는 석지원 역으로 18년 연기 인생을 쏟아붓는 허당 개그미를 완성해냈다. 까칠한 정유미의 마음을 얻기 위한 주지훈의 ‘츤데레’(겉으로는 엄하지만 속으로는 부드러운 성격을 뜻하는 유행어) 애정 공세에 팬들로부터 ‘몸개그 대상감’ ‘하찮은 연기 끝판왕’ 등의 반응을 얻고 있다.
두 배우의 180도 달라진 이미지 변신은 드라마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지거전’은 원작 소설이 이른바 ‘29금(禁) 할리퀸 로맨스풍’으로 일찌감치 주지훈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였는데, 유연석이 맡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다. 유연석은 “대본 이상으로 더 빈틈없게 노력했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 유연석은 제작 발표회에서 “‘지거전’ 역할을 위해 고민 끝에 드라마 속 슈트를 모두 맞춤 제작했다”면서 “배역과 함께 옷도 (맞춤으로) 갈아입었다”고 말했다.
주지훈 역시 코믹 역할에 대한 도전 의욕은 드라마 감독이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더 망가지자”를 모토로 삼을 정도였다는 것. 연못으로 미끄러진 정유미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면서 물풀을 얼굴 주변에 덕지덕지 붙여 더 처량한 몰골로 만들거나, 정유미가 실수로 넘어지며 바지를 벗기자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총천연색 수건 연기를 펼치는 등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 연기했다. 실제로 주지훈도 제작 발표회에서 “데뷔작 ‘궁’이 풋사과였다면 ‘사외다’는 잘 익은 후숙 애플망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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