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북한 평양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를 선물한 뒤 함께 탑승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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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1만여명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는 보도가 23일(현지시간) 나왔다. 실전 훈련이 부족한 상태로 전선에 투입돼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고전하는 상황이지만, 북한은 병력과 무기 지원 규모를 계속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먼저 파병 제안, 즉각 보상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보낸다는 계획은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군 파병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각에선 병력난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북한에까지 도움을 청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먼저 파병을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재빠르게 수용했다고 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군사령관도 지난 7일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 측에 파병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측이 파병 대가로 즉각적인 보상을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향후 외교적 다툼에서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어주고, 최신 기술을 제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은 해석했다.
“하늘에 나는 건 죄다 사격”…고전하는 북한군
우크라이나군이 23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자 북한군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특수작전군(SSO) 텔레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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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군이 러시아 주요 전선에 투입되면서 사망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 소식통은 NYT에 북한군이 최대 200명 사망했으며, 러시아가 병력 손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까지 언급된 사망자 규모 중 가장 크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100명이 전사했다고 추산했으며, 미 당국자들은 “사상자 수백 명”이 나왔다고만 밝혔다.
북한군 사상자가 속출한 이유로는 현대전 경험이 부족한 점, 언어 차이로 소통이 어려운 점 등이 꼽힌다. NYT는 러시아에 투입된 북한군이 “주로 저격 임무나 시가전, 산악 침투 등에 대비해 훈련해 온 특수부대”이기에 “개방된 평지가 대부분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는 무인기(드론)전 등에는 충분히 훈련돼있지 않다”는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을 전했다.
한 미국 당국자도 북한군 투입이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불분명하다며 “북한군이 잘 훈련된 특수부대를 보내긴 했지만 실제 전투 경험은 부족하고, 많은 이들이 영양실조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도 러시아 파병이 급하게 결정된 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 조치가 시행된 2년 동안은 특수부대도 정규 훈련을 받지 못하고 국경에서 경비를 서는 임무만 수행한 점 때문에 북한군이 전투에 충분히 대비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NYT는 북한군이 “사격” “제자리” 등 단어만 익힌 채로 전투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붙잡힌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고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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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전날 포로로 붙잡힌 러시아군이 “북한군은 훈련을 많이 했지만 이론이 없다”면서 북한군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솔직히 그들과 멀리 떨어질수록 오히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다른 포로 한 명은 “북한 병사들은 하늘에 나는 것은 뭐든지 무조건 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드론인지 러시아 드론인지도 구별하지 못한 채로 공격하고, 심지어 격추하기도 했다”며 전장에서는 북한군이 먼저 투입된 후에 러시아군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위해 무기공장 총동원, 파병 인원도 늘릴 듯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병력과 무기 지원을 계속해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이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폭공격형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무기공장 200여곳을 총동원해 러시아에 지원할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철도와 선박을 통해 점점 더 많은 탄약을 러시아에 보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초반에는 재고로 추정되는 포탄을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신형으로 개조된 240㎜ 장거리 다연장로켓포 등 새 무기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국가안보국방회의 산하 ‘거짓정보 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최근 러시아가 쓰는 박격포 포탄 중 60%가 북한산이라면서 “북한의 탄약이 러시아의 방어력을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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