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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북풍’으로 계엄 노린 듯…노상원 수첩엔 ‘NLL서 공격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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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벌어진 서북도서방어훈련에서 해병대 신속대응부대와 육군 2신속대응사단이 헬기(UH-60)를 이용하여 공중 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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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적힌 ‘엔엘엘(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란 표현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 선포를 하려 했다는 ‘북풍 공작’ 가능성을 한층 짙게 한다. 노 전 사령관이 12·3 내란사태의 배후 기획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그의 경기 안산시 자택에서 확보한 것이다. 수첩에는 ‘오물 풍선’이란 표현도 들어 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엔엘엘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을 허투루 봐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정보사령관과 777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의 군 경력 때문이다. 군당국은 북한 첩보 관련 일일 정보보고서를 내는데, 정보사령부와 북한 통신 감청부대인 777사령부가 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다. 이 부대들은 날마다 황해도 연안 북한 해안포 포문 개방 여부, 북방한계선 근처 북한 해군 함정 움직임과 북한군 통신 내용 등을 정밀 감시한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령관과 777사령관을 하며 북방한계선 근처 북한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엔엘엘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할 방법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해군 함정을 북방한계선에 근접 배치하거나 백령도, 연평도의 해병대가 해상사격훈련을 할 때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바다로 포탄을 쏘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연평도, 백령도에서 해상사격은 4차례(1·6·9·11월) 있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도 연평도 해병대의 케이(K)9 자주포 해상사격에 대해 북한이 영해 도발로 간주해 공격하면서 일어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북방한계선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에서 연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엔엘엘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북방한계선을 공동으로 강조한 내용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포함됐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지난 3월과 11월, 연평도·백령도 등에 대한 북한군의 공격과 기습 강점에 대비한 서북도서증원훈련, 방어훈련을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훈련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대규모 전력이 참가해 실전과 같은 행동화 훈련 위주로 진행됐다. 북한군이 대응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 전 사령관이 북풍 공작을 기획했다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선택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북한 쓰레기 풍선의 부양 원점 타격으로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경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큰 피해를 입고,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도발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지난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고, 지난달 김 전 장관이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려고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띄우는 곳을 원점 타격하라고 합동참모본부에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다만 오물 풍선 부양 원점 타격의 경우 합참 당국자들의 강한 반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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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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