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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盧·김용현, 靑 경비 부대서 처음 만나 35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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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前정보사령관은 누구

조선일보

여기서 계엄 모의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12·3 비상계엄’ 논의를 했다고 알려진 경기 안산시 소재 한 롯데리아 점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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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기획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노상원(61) 전 정보사령관은 이번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65) 전 국방부 장관의 핵심 비선(祕線) 참모로 꼽힌다.

노씨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1981년 육사(41기)에 수석 입학했다. 노씨와 육사 38기인 김 전 장관 인연은 1989년 시작됐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이었는데, 노씨가 대위로 함께 근무했다. 55경비대대는 청와대 울타리를 지키는 부대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이지만 대통령 경호실 직속 부대나 다름없이 운용됐다고 한다.

둘의 인연이 깊어진 건 2007년부터라고 한다. 당시 준장이던 김 전 장관이 박흥렬 육군 참모총장 비서실장을 맡았는데, 노씨(당시는 대령)를 비서실 정책 파트 과장으로 데려온 것이다. 이 인연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박 전 총장이 대통령 경호실장을 맡으면서 이어졌다. 준장으로 진급한 노씨가 2014년 경호실 군사관리관으로 보임한 것이다. 당시 중장이던 김 전 장관은 청와대 외곽 방어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관이었다. 군 관계자는 “노씨가 경호실에 근무하는 데도 김 전 장관이 힘을 썼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했다.

둘 사이를 잘 아는 군 장성은 “둘은 전방 근무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대통령 경호실이나 수방사, 정보 파트에 근무하며 윗사람들에게 정보 보고를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했다. 권력의 풍향에 익숙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 인맥과 경력을 쌓아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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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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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원래 보병이었지만 소령 때 정보 병과로 주특기를 바꿨다. 다만 정보사령부 근무 경험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노씨는 소장 때 사단장 보직을 강력히 희망했고 김 전 장관 인맥이 상당히 후원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당시 군 수뇌부가 사단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대북 감청 부대인 777 사령관으로 보임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노 두 사람은 노씨가 군복을 벗은 이후로도 친분을 이어왔다. 성추행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불명예 제대하고 복역까지 한 노씨가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현역 장성, 대령급 간부들과 비선 모임을 하고 선관위 계엄군 투입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2월 1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있었던 1차 롯데리아 모임에 참석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현재 직무 정지)은 노씨가 대통령 경호실 군사관리관으로 근무할 때 청와대에 파견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런데 문 사령관도 김 전 장관이 뒤를 봐준 의혹이 제기됐다. 문 사령관은 지난 6월 정보사 1여단장(준장)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그를 수사 의뢰했고, 1여단장은 문 사령관을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즈음 정보사 ‘블랙요원’ 신상 자료 유출 사건까지 터져 문 사령관이 경질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9월 김 전 장관이 부임한 이후로도 자리를 지켰는데, 그 배경에 노씨의 구명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12월 3일 2차 롯데리아 모임에 참석한 구삼회(준장) 제2기갑여단장도 노씨가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수방사 1경비단에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롯데리아 모임의 또 다른 참석자인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은 노씨가 육군 7사단 정보 참모를 할 때 헌병대장으로 함께 근무한 사이다. 김 전 단장은 김용현 전 장관이 2011년 17사단장 시절 익사한 병사 사고를 ‘미담’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때, 관련 사후 조사를 담당한 적이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처장 출신인 김 전 장관이 비선 측근인 노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하도록 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군기 문란”이라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군이 사조직에 의해 움직이면 어떤 비극을 낳는지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불명예 전역한 노씨가 이후 안산에서 여성 2명과 점집을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예비역 장성은 “노씨는 현역 시절 주역(周易)에 심취했다”며 “노씨가 군인 연금이 끊겨 한때 산에 들어가 ‘뱀닭’을 팔다가 점집 운영으로 재기를 모색한 것 같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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