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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민정당 당사에서 대선을 치렀다. 민정당사가 있던 곳은 권력이나 관운을 상징하는 ‘닭 볏 터’라 해서 최고의 명당으로 불렸다. 후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후 여의도 극동VIP빌딩으로 당사를 옮겼지만, 관훈동 당사는 그대로 뒀다. 천하 명당인 관훈동 당사의 기를 받아야 한다는 풍수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관훈동 당사에 1992년 대선 승리 때까지 YS의 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뉴욕타임스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샤머니즘(무속신앙)이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신자든, 불교 신자든 가리지 않고 선거철에는 무속인과 점집을 찾는 정치인이 끊이지 않는 풍토를 꼬집은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술이나 점성술을 가까이 한 권력자가 적지 않았으나, 한국은 역술·무속에 얽힌 정치인의 일화가 유난히 많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는 후보 시절부터 무속·역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유독 그 정도가 심해 비상식적이거나 황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TV토론회에 나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용산 이전도 무속인·역술인의 입김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때마다 등장한 인물이 건진법사, 역술인 천공이다. 윤 대통령 불법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도사’로 통하는 그는 윤 대통령 부부와 교류하며 선거와 공천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역술과 무속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경기도 안산에서 점집을 운영했다. 그의 거주지에는 ‘모범 무속인’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고, 현관엔 북어 등 굿이나 제사에 쓰이는 물품이 놓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노씨를 “보살”이라고 불렀다. 그와 동업한 사람은 무당이다. 이 때문에 노씨가 비상계엄 ‘거사일’을 택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고도의 문명국가’ 대한민국에서 더는 이런 부끄러운 소식이 나와서는 안 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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