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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대통령, 취임 전날 명태균에 “윤상현에 한번더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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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를 수사하는 검찰이 ‘황금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공천 개입’ ‘여론조사 무상 제공’ 등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의혹과 관련한 통화 녹음과 텔레그램·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녹음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김영선(64) 전 의원 공천을 말해 두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건희 여사도 ‘당선인이 전화했다. 걱정 말라’고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씨와 대통령 부부 사이의 메시지에선 일명 ‘명태균 보고서’라고 불리는 대선 비공표 여론조사 파일이 실제 전달된 기록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의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에 대한 포렌식에서 확보한 자료 가운데 2건의 통화 녹취에 주목하고 있다. 명씨는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2분32초, 약 50분 뒤 김건희 여사와는 1분간 통화했다. 2건 통화 모두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한 논의가 핵심이다.

명씨와 먼저 통화한 윤 대통령은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명씨에게 말했다.



김건희, 명에 “질문 보내달라”…김종인·이준석 만남전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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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윤 대통령이 윤 의원을 통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이 이런 내용이 담긴 윤 대통령 육성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 전화를 끊은 뒤 명씨와 김 여사 사이의 통화가 이뤄졌다. 이때 김 여사는 “당선인이 (김영선 공천 관련) 지금 전화했다. 잘될 거다”는 취지로 명씨를 다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시지도 다수 확보했다. 메시지가 오간 시점은 대선 전후며, 주로 2021년 하반기 때 이뤄진 대화 내용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에서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치인을 주선하거나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설한 내용 및 대책 등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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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보한 2021년 7월 3일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상가동의 한 식당을 예약한 뒤 명씨에게 보내며 “남편이 (김종인 위원장에게) 직접 보낼지”를 물었고, 명씨는 “제가 (김종인 위원장님께)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뒤인 7월 6일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만남을 앞둔 김 여사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어떻게 질문할지 간단히라도 보내달라”고 하자 명씨가 ‘국민의힘 예상 경선 일정’ 등 네 가지 질문을 보낸 사실도 검찰은 파악했다. 이 외에도 검찰이 확보한 메시지 캡처엔 명씨가 윤 대통령의 지역 유세, 논란 대응 등과 관련해 여러 차례 조언을 건넨 내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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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명씨는 지난 대선 때 만든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일명 명태균 보고서) 파일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에게 2021년 8월부터 10월 사이 최소 네 차례 텔레그램·카카오톡으로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명씨는 “비공표 조사를 대통령한테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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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검찰이 일부 파악한 명태균 보고서 전달 시기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10월 9일~11월 4일) 전후다. 명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한테 각각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으로 PDF 파일 형식의 이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매번 “비공표 여론조사, 보안 유지”라는 당부의 글도 함께 보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 여론조사 보고서는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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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2021년 10월 21일 명씨와 윤 대통령 간 텔레그램 대화에서 명씨는 보고서 파일과 함께 “당내 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0월 21일 둘의 텔레그램 대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날 명태균 보고서를 받고, 명씨와 당내 경선 판세를 논의한 정황도 나왔다. 이 조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별 민주당 후보와 가상 대결도 다뤘는데, 명씨가 “이재명을 선택한 응답자는 이중 당적자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자, 윤 후보는 “(이 응답자들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되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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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는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이 명씨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여론조사 발표된 것,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알고만 계시라’ 이런 얘기들은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 등 명씨 조력이 크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과 어긋나는 정황이다.

김 여사도 2021년 8~9월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받은 사실을 검찰은 파악했다. 이 외에도 김 여사는 명씨로부터 수시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러 언론사와 진행한 공표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 파일을 제공받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실제 윤 대통령 부부가 받은 명태균 보고서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는 81회(공표 58회, 비공표 23회)에 달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여론조사 비용만 “3억7500여 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표된 회계 자료에서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한 내역은 나오지 않았다.

창원=안대훈·김민주·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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