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후보자들로 채워진 트럼프 2기
거대자본 정치가 낳은 결과물…이대로 괜찮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엔 스티븐 미런 지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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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방부 2인자인 부장관 자리에도 금융업계 거물을 낙점했다. ‘억만장자 정부’를 꾸리려 한다는 지적에도 내각 각료 등 핵심 요직 후보자 10여명을 억만장자로 채우면서 트럼프 당선인 집권 2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행정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국방부 부장관에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파인버그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파인버그는 미 금융 중심지인 월가의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파인버그가 1992년 세운 서버러스 캐피탈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투자를 해왔고, 2020년엔 용병업체 다인코프를 소유한 적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정보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파인버그의 자산 가치는 50억달러(약 7조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스티븐 파인버그 서버러스 캐피탈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 서버러스 캐피탈 홈페이지 갈무리. |
집권 2기 행정부 고위 당국자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억만장자 후보자를 줄줄이 지명했다. 신설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는 세계 최고 갑부로 재산이 3000억달러(약 435조원)가 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했고, 그와 함께 DOGE를 이끌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도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밖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도 모두 억만장자다. 부동산 재벌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친구로 알려진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금융서비스 업체 최고경영자 워런 스티븐스 영국 대사, 머스크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기업가 재러드 아이작먼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자들도 마찬가지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집권 2기 핵심 요직 후보자 중 재산이 1억달러(약 1450억원)를 넘는 억만장자가 최소 11명이며, 머스크 등 초부유층 일부를 빼고도 이들의 재산을 합하면 최소 100억달러(1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시 내각의 자산(1억1800만달러·약 1710억원)을 크게 웃도는 데다, 역대 가장 부유한 내각으로 기록된 트럼프 집권 1기 첫 행정부(45억달러·약 6조5250억원)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화려한 내각은 억만장자들이 공화당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돈을 쓴 선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됐을 때부터 미 언론에선 “거대 자본 정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천문학적 돈을 뿌린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책임이 없는 억만장자의 정치 관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실제 이번 미 의회 예산안 처리 과정이 이런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랜도버에서 열린 육·해군 축구경기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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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비슷한 배경의 억만장자들로 내각을 꾸린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노동자 계층 유권자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소비자단체 ‘공정한 세금을 위한 미국인 연합’ 대표 데이비드 카스는 “트럼프의 ‘억만장자를 위한, 억만장자에 의한 정부’ 목표는 초부유층을 위한 막대한 세금 감면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교육과 사회보장,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삭감하는 대가로 달성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했지만 ‘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냐’라고 말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차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는 스티브 미런을 지명했다. 미런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트럼프 집권 1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 고문을 지냈다. 현재 맨해튼연구소 경제학 펠로우, 허드슨베이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로 활동 중이다.
CEA는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장관급 위치로 연방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미런은 트럼프 당선인 대선 공약인 ‘보편 관세’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당선인이 벌써 미국인의 안보 성과를 높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지지해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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