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만남 기다려…전쟁 끝낼 것”
“만날 준비돼” 푸틴, 트럼프에 보조 맞추기
속타는 젤렌스키…연일 외교 ‘총력전’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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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식’을 강조하며 이른 시일 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정권이 바뀌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내달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연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것은 “내가 빨리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가능한 한 빨리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일(만남)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이 전쟁은 끔찍하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이 연말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트럼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데 화답하면서 내달 20일 취임 직후 최대한 빨리 만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VGTRK와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취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들어 연일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을 끝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된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도 내달 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국가를 방문해 종전 협상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차기 정부에선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종전 협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다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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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에서 종전 협상이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최전선에서 속수무책으로 ‘총알받이’가 됐다는 점을 들어 푸틴 대통령을 “살인을 즐기는 미친 사람”이라고 몰아세우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우크라이나 편에 서달라”고 호소하는 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경쟁하듯 ‘공개 메시지’를 내놓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만 절박한 태도가 역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 외교관들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초청받아 가입하는 것은 정치적 결정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결정이 내려지도록 필요한 모든 수준에서 싸워야만 (나토 가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이뤄지면 러시아의 재침략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나토 가입이 필수적이라고 서방에 거듭 요구해왔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그러나 러시아와 직접 대결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19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모여 논의한 끝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없이 평화협상을 시도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이 빠르게 종전 협상 공감대를 다지는 상황을 경계하며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종전 협상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중반이 되어서야 끝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우크라이나엔 국내총생산(GDP) 회복세 둔화, 인플레이션 상승 등 더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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