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일대 40여km 전류 흐르는 철책 설치
서부지역 소음방송확성기, 방향전환 가능
자폭용 드론 양산해 러시아에 공급 가능성
군 수뇌부 공백에도 “NLL 포 사격 훈련”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일부 전술도로에 3중 철책을 세우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부 지역에 전류가 흐르는 철책을 설치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북한이 취해온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자폭용 무인기(드론)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군은 내다봤다.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군 수뇌부의 공백 상황에도 군은 접경지역 포 사격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올해 초 감시초소(GP) 복원 완료 이후 전선지역의 ‘국경선화’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남북연결로를 끊는 작업을 해왔고, 지난 10월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북한은 MDL 일대 일부 전술도로에 3중 철책을 세웠다. 철책은 수 ㎞씩 10여 곳에 설치됐으며, 전체 철책의 길이는 40여㎞이다. 3중 철책의 1·3번째는 판망형(네모난 형태로 짜여있는 철책)이며 2번째는 유자철선(가시가 돋힌 철책)이다. 2·3번에는 지역에 따라 220V·3300V·1만V의 전류가 흐른다. 북한군은 염소를 전류가 흐르는 철책에 닿게 한 뒤 염소가 숨을 거두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부 전술도로에 전류가 흐르는 3중 철책을 설치한 뒤 살아있는 염소를 이용해 철책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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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MDL 북쪽으로 2㎞ 지점에 있는 북방한계선 일대 4곳에 수㎞의 방벽을 세웠다. 이 방벽은 서부지역 2곳·중부지역 1곳·동해선 인근 1곳에 설치됐으며, 총 길이는 10여 ㎞이다. 합참 관계자는 철책과 방벽을 “북한 군인과 주민의 월남을 차단하고, 유사시 작전병력 증원을 위한 차량 기동성 등을 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했다.
합참은 그러나 북한이 휴전선 155마일(248㎞) 전체 지역에 철책과 방벽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책 세우기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철책 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폐쇄회로(CC) TV 등으로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40여곳에서 소음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합참의 대북확성기 방송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하는 데 반해, 북한의 소음방송은 심야·새벽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포 등 서부지역에 소음이 퍼지는 확성기 10여개를 방향전환이 가능한 확성기로 최근 교체했다.
이는 오전 6시~오후 10시에는 대북 방송을 차단하는 용도로, 그외 시간에는 남한 주민에게 소음을 들려주기 위한 용도로 쓴다는 의미다. 합참 관계자는 “소음 방송을 통해 남남갈등을 증폭시켜 우리 측 대북확성기 방송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합참은 그러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김포 등 서부지역에 소리가 닿는 소음방송 확성기를 최근 확성기의 방향전환이 가능한 형태로 교체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북한은 자폭용 드론을 생산해 러시아에 보내려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이 지난 11월 공개한 자폭용 드론은 아직 양산 단계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해당 드론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러시아에 피력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특수부대 1만1000여명과 170㎜ 자주포·240㎜ 방사포 등을 러시아에 지원했고, 1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북한은 과거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했던 송전탑을 제거하는 작업을 지난달 24일부터 지속하고 있다. 남한 파주시 문산읍에서 북한 평화변전소까지 총 48기의 송전탑이 있고, 이 중 15개가 북한에 있다. 북한은 15개 송전탑 중 11개를 철거한 상태다. MDL 남측에 있는 송전탑과 바로 이어지는 북측 송전탑은 철거하지 않았는데, 향후 이 송전탑에는 감시장비가 설치될 것으로 합참은 내다봤다.
이밖에 합참은 북한이 연말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기습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접경지역 등에서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은 드론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합참은 12·3 비상계엄과 그에 연루된 군 수뇌부의 공백에도 “군사대비태세와 관련한 훈련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한 지난 6월 이후 재개된 서북도서 포 사격 훈련 등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지휘부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NLL 일대 포사격 훈련 등이 국민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훈련 시행 전에 훈련 상황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릴 것”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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