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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여 소방대원에 “대형차 몰지마”... 인권위, 성차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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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남성 중심적 조직 유지된 영향으로 보여”

”개인 아닌 조직적 인식 개선 필요”

조선일보

작년 4월 4일 충남 홍성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를 1차 진압한 소방대원들이 홍성 고산사에서 밤샘 대기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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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원을 현장에 출동시키지 않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작년 인천 소재 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 A씨로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동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지난 11일 성별을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성차별이 맞다는 판단을 내놓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인천소방본부에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진정 대상인 팀장 B씨는 “오늘같이 눈 오는 날에 여자가 운전하면 위험하니까” 등 여성의 운전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여러 번 했다. A씨는 대형 면허 보유자고 이전에 근무한 안전센터에서 물탱크 등 대형차량 운전 업무 실습을 받았는데도, A씨가 운전 업무를 희망하자 팀장 B씨는 “여자가 왜 운전하면 안 되는지 알려줄게”라고 말했다. 산불 진압 현장에 출동하겠다고 지원해도 “너 힘드니까 남자 직원 보낼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사람의 갈등은 작년 4월 발생한 충남 홍성 산불 현장 지원 출동을 두고 폭발했다. 당시 산불 진압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안전센터 대원들은 일제히 출동 준비에 나섰다. A씨가 출동 나갈 준비를 하자 A씨와 눈이 마주친 팀장 B씨는 돌연 “짐 빼”라고 말했다. B씨는 A씨에게 “홍성이 어딘 줄 아느냐” “여자가 장거리 운전하면 얼마나 위험한 줄 아느냐”라고 하면서 남성 대원을 현장 출동팀에 배치했다. A씨는 “제가 충남에서 출퇴근 한다” “성차별인 것 알고 계시냐, 남자 직원이었어도 차량 변경 하실 거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A씨는 “홍성 산불 등 큰 사건에 차출되는 것은 중요 업무를 부여받는 것이므로 영광, 경력 5년차인데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뺏기니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남성 중심적인 조직에서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선입견 때문에 다른 여성 소방공무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이를 바로 잡고 싶다”고 인권위 진정 요지를 밝혔다. A씨는 “설령 B 팀장과 센터장이 한 말처럼 여성을 배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도 했다.

업무 관계자 등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B 팀장이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으며 A씨가 원하는 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주지 않아 불리한 대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근무하는 안전센터의 관할 본부인 인천소방본부에 성별을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간부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와 함께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진정인에 대한 업무 배치 및 출동대 제외 등 일련의 행위는 센터장의 동조와 승인하에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오롯이 피진정인(팀장 B씨)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B씨의 성차별적 인식은 30년 가까이 남성 중심적인 소방 조직에서 근무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개인 차원의 각성이 아닌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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