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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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택시장의 열쇳말로는 ‘양극화’와 ‘똘똘한 한 채’를 꼽을 수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의 골이 깊었지만 수도권은 회복세를 보였고, 수도권 안에서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온도차가 유난히 컸던 한 해였다. 또 서울 안에서는 강남과 강북, 도심과 외곽지역 간 차별화 현상이 뚜렷했다. 신축 주택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아파트 매수 열기가 뜨거웠지만 다세대·연립시장은 찬바람이 여전한 주택 유형 간 양극화 현상도 깊어졌다.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주택시장을 휩쓸었던 이런 ‘다중적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갈아타기’ 열풍…서울 아파트 값 3년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연초 소폭의 하락세로 출발해 1분기만 해도 소강 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5~6월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이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추진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은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를 확 높였다. 이에 1주택 소유자들이 인기지역의 더 좋은 주택으로 이동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는 ‘갈아타기’ 열풍이 불었고 여기에다 저리 정책자금 대출을 활용한 무주택자의 주택 매입도 증가하면서 아파트 시장 과열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런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8·8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고 곧이어 10월부터는 전방위 대출 규제에 들어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최근에야 안정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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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1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4.58%, 전셋값은 5.20% 상승했다. 매맷값과 전셋값 모두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다만, 지역별로는 온도차가 컸다. 과열의 진원지였던 강남3구와 마용성은 매맷값이 크게 올랐다. 성동구 매맷값이 9.48%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서초구(9.04%), 송파구(8.40%), 강남구(7.07%), 마포구(7.06%), 용산구(6.96%) 차례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 전용면적 59㎡의 경우 지난 4월 14억4천만원(15층)에 거래됐으나 9월에는 같은 주택형(17층)이 17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수동의 대표적 주상복합 아파트인 ‘트리마제’ 84㎡는 지난 3월 31층이 40억원에 거래됐으나 11월에는 35층이 45억원에 거래되며 8개월 만에 5억원이 뛰었다.
이에 반해 이른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의 매맷값은 연중 약보합세를 이어가, 11월까지 각각 1.58%, 0.46%, 1.59% 오르는데 그쳤다. 대신 전셋값은 노원(7.56%), 도봉(3.33%), 강북구(4.55%) 모두 강남권보다 많이 올랐다. 은평구도 매맷값은 3.32% 오른 반면 전셋값은 7.00% 뛰면서 전세난이 심했다.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지난 2월 전용면적 84㎡(3층) 전세가 5억5천만원에 신규 거래됐으나 11월에는 같은 주택형(4층)이 2억500만원 뛰어오른 7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여파로 최근 2년간 집값이 하락했던 연립·다세대(빌라)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치고 매맷값과 전셋값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서울 빌라 매맷값은 0.95%, 전세 0.62%를 기록하며 미미하지만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이는 하반기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립·다세대로 실수요층이 일부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탄핵으로 높아진 불확실성…내년 집값은?
그럼에도 다세대·빌라 시장에선 ‘전세 포비아’(공포) 현상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면서 전월세 거래 중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이 역대 최고치로 높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가시스템을 보면, 이달 15일 기준 올해 서울에서 거래신고된 전월세(신규·갱신) 12만7111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29.5%에 견줘 갑절에 가깝고 2021년 33.0%, 2022년 39.5%, 지난해 48.1%에 이은 역대 최고치다.
내년 주택시장은 8년 만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안갯속에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시장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여부를 비롯해 경기둔화, 금리, 대출 규제, 주택 공급 정책 등을 내년 주택시장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는데, 현재로썬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절차가 길어질수록 매매시장 침체도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부터 2017년 3월 10일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이어지는 석달 동안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탄핵 이전의 절반 수준(2016년 11월 10만3천건→2017년 1월 5만9천건)으로 급감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간(2016년 12월 첫주부터 2017년 3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은 각각 0.2% 상승하며 보합세를 나타냈다. 매매거래량은 크게 줄어든데 반해, 매맷값 자체는 떨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발표한 ‘2025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전국적으로 0.5% 하락하는 가운데 수도권은 0.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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