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당시 노상원 정보사령관이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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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를 4시간 남짓 앞둔 지난 12월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령부 100여단에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김봉규 정보사 심문단장, 구삼회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등이 모였다. 정보사 임무와는 무관한 이들은 휴가까지 내어 근무지인 서울 용산과 경기 파주에서 수십㎞ 떨어진 판교로 왔다. 이들은 한 자리에 모은 것은 노상원 전 사령관(구속)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판교 모임은 1979년 12·12 당시 전두환이 이끈 신군부의 30경비단 모임을 떠올리게 한다. 경복궁 30경비단 모임이 12·12 군사반란의 지휘부 구실을 한 것처럼 판교 100여단 모임이 이번 내란의 배후 기지라고 더불어민주당은 주장한다.
1979년 당시 전두환은 “12월12일 오후 6시30분 경복궁 안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실로 오라””고 장성 9명을 초청한다. 전두환 집권기인 1982년 보안사령부가 주도해 만든 ‘제5공화국 전사’는 “이 30단에서의 중견 장성들의 모임이 사실상 12·12사태의 발단이요, 성공의 기반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극중 이름 전두광)이 사조직 하나회 회원들을 자신의 집에 모아 12·12 군사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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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경비단 모임에는 노태우 9사단장, 박준병 20사단장, 백운택 71훈련단장, 박희도 제1공수여단장, 최세창 제3공수여단, 장기오 제5공수여단장, 황영시 1군단장, 유학성 국방부 군수차관보, 차규헌 수도군단장이 참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육군사관학교 11기 전두환의 동기·후배들이고 군 사조직 ‘하나회’ 회원들이다.
전두환 선배들인 황영시, 유학성, 차규헌은 하나회의 후견인으로 꼽혔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전두환과 근무연으로 얽혔다. 황영시는 전두환이 사관학교 생도 시절 구대장이었다. 유학성은 1961년 5·16쿠데타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전두환과 함께 근무했고, 차규헌은 전두환과 같은 1공수여단 출신이다.
전두환은 은밀하게 30경비단 모임 참가자를 모았다. ‘5공 전사’엔 “전 장군이 고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극히 제한된 수의 인물들에 한해 내밀한 접촉과 상의를 해갔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두환은 육사 11기 동기로 “생도 때부터 가장 막역한 친구의 하나”인 9사단장 노태우 소장과 가장 먼저 의기투합했다.
12·3 내란의 막후 설계자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노씨는 군 인사권을 장악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는 ‘뒷배’와 학연·근무연을 이용해 육사 후배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했다. 민간인 노씨가 현역 장군, 영관급 장교를 내란에 동원하고 지시할 수 있었던 힘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의 끈끈한 친분에서 나왔다.
노씨와 김 전 장관의 관계는 35년전 근무연에서 시작됐다. 김 전 장관이 1989년 수방사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노씨가 같은 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이후 두 사람사이는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노씨는 선배나 윗 사람을 모시는 재주가 비상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내란을 준비하던 김 전 장관은 45년전 12·12 때 전두환처럼 중앙선관위 서버 탈취, 선관위 직원 납치 같은 고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한 일은 육사 후배로 믿을 수 있는 노씨에게 맡겼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3 내란사태 사전 기획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시의 \'점집\'을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수첩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수첩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군부대가 배치될 목표지와 군부대 배치 계획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을 한 후 점집을 차렸다. 사진은 지난 20일 촬영된 노상원의 점집 입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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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근무연이 있는 구삼회 여단장, 인사에 도움을 줬다고 알려진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등을 판교 정보사 100여단으로 가게 했다. 이들은 민간인인 노씨 말을 당시 김용현 국방장관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구 여단장은 최근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상원 전 사령관이 내게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다른 판교 모임 참가들에게도 진급이나 보직 문제를 언급하며 “김 전 장관의 뜻”이라며 지시를 전달했다고 한다.
다른 점도 있다. 30경비단 모임 참석자들은 현역 때는 육군참모총장에 임명 되는 등 진급과 보직에서 특혜를 받았고 전역 후에는 대통령, 감사원장, 국회의원, 국가안전기획부장, 국방부 장관, 총무처 장관, 교통부 장관 같은 요직을 두루 지냈다. 판교 100여단 모임 참가자들은 진급과 보직에서 승승장구는커녕 구속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이어 내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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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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