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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사우디 출신 반이슬람 활동가는 왜 크리스마스마켓에 돌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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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의 차량 돌진 공격 현장에 22일(현지시간)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과 인형이 놓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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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2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사건 용의자는 독일에 오래 거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남성으로 반이슬람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테러와는 다른 범행 동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한 BMW 차량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해 이날까지 5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9세 아동도 있으며, 부상자 중 41명은 중태다.

사건 당시를 촬영한 영상에는 마켓에 밀집한 인파 속으로 한 차량이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이 장면이 담겼다. 이후 현장에는 추모객이 가져다둔 꽃이 놓였다. 딸과 함께 마켓을 찾았다가 운 좋게 화를 면한 안드레아 레이스(57)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 ‘도와줘’라고 부르는 끔찍한 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그러나 사우디 출신 반이슬람 활동가이자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탈레브 알-압둘모센(50)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공격 의도와 의미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압둘모센의 특성 하나하나가 그동안 등장한 테러범들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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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 이후 21일(현지시간) 독일 극우 시위대가 난민 환송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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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CNN에 따르면 압둘모센은 2006년 독일에 와 10년 후 망명을 신청했다. 압둘모센은 수니파가 다수인 사우디의 시아파 마을에서 태어나 여성권리 및 반이슬람 운동을 벌였고, 사우디의 신정 체제에 저항하다 독일로 망명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이슬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서구의 망명 제도를 안내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사건 이전까지 그의 엑스(옛 트위터) 팔로워는 4만3000명 이상이었다.

그는 2019년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나는 이슬람에 가장 공격적인 비평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 인터뷰에서도 “이슬람을 버린 중동 사람들의 망명을 돕는 데 하루 10~16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또한 압둘모센은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동조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의 엑스 게시물에는 ‘독일이 이슬람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그는 또한 극우 활동가들의 반이슬람 발언을 활발히 공유하며 독일의 혐오표현 처벌법을 비판했다. 그의 최근 게시물은 반이슬람 성향 난민에 관한 독일의 정책을 지적했다. 지난 8월엔 “독일이 우리를 죽이고 싶어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학살한 다음 죽거나 자랑스럽게 감옥에 갈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은 그동안 독일 사회가 보아온 테러범의 단면과 전적으로 배치된다. 독일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들은 대부분 젊은 신규 입국자였으며 범죄 이력을 보유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6년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트럭으로 돌진한 아니스 암리(당시 24세)는 튀니지 출신으로, 당국이 감시하던 급진적 모스크 출신의 마약상이었으며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이였다. 지난 8월 독일 졸링겐에서 시리아 국적 남성(26)이 11명을 사상케 했을 때도 IS가 배후를 주장했다.

테러 전문가 피터 노이만 킹스칼리지 교수는 “이 일을 25년 넘게 하면 더 놀랄 것도 없을 것 같지만, 동독에 사는 사우디 출신 50세 옛 무슬림이 AfD를 좋아하고 독일의 관용을 처단하고 싶어했다는 것은 나도 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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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장소가 21일(현지시간) 폐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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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형적인 테러범’이 아니었던 탓에 압둘모센은 당국의 감시 선상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알려졌다. 독일 안보 및 정부 관계자가 WSJ에 설명한 내용을 보면, 사우디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 사이 압둘모센을 두고 ‘위험하다’는 취지로 독일에 네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독일은 이를 사우디가 자국의 반체제 인사를 비난하는 것으로 생각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그데부르크 경찰은 “약 1년 전 압둘모센에 관한 문제 제기가 접수됐지만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마그데부르크 검찰은 압둘모센을 초기 조사한 이후 “현 단계에서는 독일 내 사우디 난민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용의자가 동기를 진술하긴 했으나 아직 이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이날 사건을 테러로 취급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압둘모센이 빌린 차량의 비상 브레이크 장치를 일부러 꺼서 충격을 극대화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날 공격은 독일에서 근래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독일 연방정부는 조기를 게양했으며,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됐고 보안이 강화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현장을 둘러본 후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많은 이들을 잔인하게 사상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사상자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필요한 경우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 이번 공격을 규탄하며 희생자의 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독일 전체에 애도를 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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