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ㆍ고물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청년들. 그래서인지 무료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청년센터가 조금은 '불편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한잔 가격을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아 무료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은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했던 지금의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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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줄줄이 채용을 줄이고 있어서다. 이젠 주유소ㆍ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재취업에 나선 50ㆍ60대와 경쟁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0.4%) 증가했다. 하지만 20대 이하 취업자는 366만8000명으로 1년 전(384만8000명) 대비 18만명 줄었다. 20대 이하 취업자의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 대비 29만8000명 늘었다.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도 많다. 일례로 서민 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29.7%인데, 청년층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높다. 20대와 30대의 연체율이 각각 36.2%, 32.4%에 달했다. 소액 대출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백승훈 청년지갑트레이닝 센터장은 "경제 위기 때는 사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타격을 받는다"며 "사회에서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청년이 처한 어려움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곳의 분위기는 어떨까. "돈이 금세 사라져요. 고물가의 무서움을 확 체감하는 요즘이에요. 카페에 가면 커피 한잔도 부담스러워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곳에 와서 공부해요." 16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청년센터 관악 청년문화공간 신림동 쓰리룸'에서 만난 한 청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간을 꽉 채운 청년들은 그곳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학과 공부를 한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선 연극 대본을 소리 내 읽는 친구들도 있다. 벽에는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포스터가 빼곡하게 붙어 있고, 한편에는 무료나눔하고 있는 반려식물들이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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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 자소서를 쓰고 있던 신지훈(27)씨는 "카페는 음료를 사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곳은 무료로 공간을 쓸 수 있어서 일주일에 2~3번 방문한다"며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음료 한잔도 부담스럽다"고 이곳을 이용하는 이유를 말했다.
연극 대본 연습을 하고 있던 윤현정(24)씨도 "사설 연습실을 빌리려면 1시간에 8000원가량 든다"며 "너무 비싸서 단원들과 함께 무료로 개방된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털어놨다. 취업 준비생 김정후(30)씨는 "민간 도서관을 월 15만원을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고물가 시대에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느라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후 3시 찾은 '서울청년센터 영등포'도 상황은 비슷했다. 종이와 노트북을 보며 집중하고 있는 청년들로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청년센터를 이용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강민경(25)씨는 "윤석열 정권 들어서 교사 선발인원(TO)이 줄어든 것이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마케팅 분야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송예나(가명ㆍ25)씨도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과 직무는 정말로 신입을 뽑지 않는 것 같아요.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도 정규로 입사하는 경우보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케이스가 더 많을 정도죠. 버는 게 없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문제는 이런 상황을 청년들 스스로 돌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몇몇 기성세대는 "우리도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청년들만큼 고환율ㆍ고물가ㆍ장기침체에 시달린 세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커다란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결혼을 하는 것도 어렵고, 집을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 이상기후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대외 변수들도 위험하기만 하다.
이럴 때 정부라도 '똑똑한 정책'을 펼치면 위안이라도 받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12ㆍ3 내란 사태 이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정국은 혼란의 늪에 빠졌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래서인지 12ㆍ3 사태 이후 펼쳐진 탄핵정국을 바라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도 숱하다. 예나씨는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내수경제가 침체할 것 같다"며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이란 생각이 드니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청년들이 ‘서울청년센터 관악’에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 | 더스쿠프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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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임규찬(23)씨는 "초등학교 교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민주주의를 뒤엎는 이 사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 많이 된다"며 말했다.
최영준 연세대(행정학)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청년 정책들의 공과 과를 정리한 후, 새롭고 포괄적인 청년 정책 2.0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해야 할 정치권은 오늘도 '정쟁'을 벌이느라 바쁘다. 청년들은 언제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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