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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고,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수차례 투자 미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그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은 후 "좋은 아이디어지만, 우리와는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건넸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는 투자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상대방의 언어를 모른 채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았다.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의 최근 글(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펀드 운용 구조 이해하기)은 이 '투자자의 언어'를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투자자들에게도 시간은 유한하다. 대부분의 국내 벤처캐피탈 펀드는 7~8년이라는 제한된 수명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마치 모래시계와 같아서, 일단 시작되면 끊임없이 흘러간다. 투자자들은 이 정해진 시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7년의 운용 기간 중 3년은 투자 기간으로, 나머지 4년은 관리 기간으로 설정된다. 마치 정해진 시간 안에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해야 하는 농부와도 같다.
더 흥미로운 것은 펀드의 구조다. 펀드는 크게 GP(General Partner)와 LP(Limited Partner)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GP는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운용사이고, LP는 자금을 제공하는 출자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GP도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출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도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마치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자자들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은 기준수익률(Hurdle Rate)이라는 최소한의 수익을 넘어서야만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연 8% 이상의 기준수익률이 설정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먼저 예선전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기 투자자와 후기 투자자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초기 투자자는 마치 금광을 찾아 나선 탐험가와 같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한 번의 성공으로 2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한다. 이들은 보통 투자한 12개의 기업 중 7개 정도가 완전히 실패하더라도, 1개 기업에서 20배 이상의 수익을 내면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인 투자가 된다.
반면 후기 투자자는 이미 검증된 광산에 투자하는 광산 개발업자와 비슷하다. 1.5배에서 3배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이들은 12개의 투자 기업 중 11개 정도에서 수익을 내지만, 최대 수익률은 2.7배 정도로 제한적이다. 이처럼 상반된 투자 성향은 각자의 리스크 관리 전략에서 비롯된다.
매쉬업벤처스의 실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약 190개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단 12개의 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는 극단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보여준다. 마치 문학상 수상작들이 전체 도서 시장의 매출을 좌우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러한 구조는 투자자들이 왜 '대박' 가능성에 집중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투자 회수 방식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M&A를 통해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때로는 구주매각이나 상환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각각의 방식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를 미리 계산에 넣는다.
특히 국내의 경우 M&A 시장이 미국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미국에서는 M&A가 가장 일반적인 회수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IPO를 통한 회수가 더 선호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IPO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더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미국 VC의 10년간 투자 실적은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투자한 기업의 1/3 이상이 손실을 기록했고, 10배 이상의 수익을 낸 기업은 3% 미만이었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마치 신약 개발과도 비슷하다. 수많은 시도 끝에 단 하나의 성공작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기술력이나 시장성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그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본다. 때로는 훌륭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투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 후속 투자자는 어떤 스타트업의 IR 피칭 후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팀을 상당히 좋게 보았고 10배 이상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는데, 대표님이 너무 보수적인 수치로 발표했습니다." 결국 그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실패했지만, 나중에 다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실제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투자자가 원하는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들이 어떤 제약 조건 속에서 움직이는지, 어떤 수익을 추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마치 바둑에서 상대방의 수를 읽는 것과 같다. 상대의 생각을 이해할 때 비로소 좋은 수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 만났던 그 스타트업 대표는 이제 투자자들의 거절이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펀드 운용 구조와 수익 모델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투자 유치의 첫걸음일 것이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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