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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배신자 나가" 與 '마녀사냥 정치'... "쇄신 목소리 씨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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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연상케 했던 14일 그날 의총
"한 사람씩 일어나 찬반 밝히라"
탄핵 찬성파 향해 "쥐새끼" "배신자"
집단 린치에 가까운 폭력적 공격 난무
비주류 "'너도 나가라' 겁나 무력감 크다"
"탄핵 소추 잘했다" 78% 여론과 거꾸로
한국일보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민생·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참여 결정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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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민심에 역행한 국민의힘이 구태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법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도, 탄핵 정국을 수습할 마땅한 쇄신책도 아직이다. 탄핵 반대를 주도한 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 등 목소리 큰 다수파는 탄핵 찬성파들을 노골적으로 괴롭히며 윽박지르기 바쁘다. 상식도,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 폭력적 분위기 속에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 목소리는 씨가 마르는 중이다. 그들만의 기득권에 갇혀 내부총질만 거듭하는 사이, 민심을 회복할 골든타임마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사람씩 일어나 찬반 밝히라" 마녀사냥 의총


탄핵 정국을 거치며 고조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지난 14일 의총에서 폭발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격앙된 탄핵 반대파들은 탄핵 찬성파들을 공개 색출하자고 겁박했다. 한 다선 의원은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표를 찍었는지, 반대표를 찍었는지 고백하자"고 분위기를 몰아갔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21세기 민주주의 정당에서 벌어진 것이다.

탄핵 찬성을 주도한 한동훈 당시 대표를 향해선 집단 린치에 가까운 폭력적 언행이 날아들었다. 한 친윤계 의원이 "당장 이 자리에서 그만두라"고 분위기를 띄우자,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 사퇴 촉구 결의 찬반투표 실시를 제안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원색적인 공격도 난무했다. 한 대표를 겨냥해 물병을 내동댕이치거나(영남권 재선 의원), "돌아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튀어나오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물병' 의원은 나중에 의원들한테는 사과했지만 정작 한 대표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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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자 일부 의원들이 일어서서 항의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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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파 가운데 비례대표 의원들도 주요 표적이 됐다. 한 여성 재선 의원은 찬성표를 찍은 비례대표 의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제명이 아닌 탈당을 시키자"고 소리쳤다. 비례 의원은 탈당 시 의원직이 박탈되는 약한 고리를 파고든 것이다. 이처럼 특정 타깃을 정한 노골적 폭력 행사는 실제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장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이 이런 집단 린치를 버티지 못하다 사퇴 카드를 던지면서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됐다. 14일 의총 상황이 담긴 녹취가 보도된 이후, 국민의힘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났지만 의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녹취) 유출은 명백한 해당행위 아니냐"며 녹취 유출 경위만 문제 삼고 나섰다.

찬성파 의원들에 "쥐새끼" "배신자"


지도부가 사실상 폭력행위를 방치하는 탓에 탄핵 찬성파에 대한 괴롭힘 역시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탄핵 찬성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한 친윤계 여성 의원은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에 "친한동훈계가 방송 패널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친한계 출연자를 솎아내고 친윤계로 채우자는 뜻이다. "배신자가 속출했다"(김승수 대구 북구을 의원), "배신자 한동훈은 당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권영진 대구 달서병 의원)와 같은 '배신자론'을 띄우는 것도 탄핵 찬성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간접 협박'이란 지적이다. 대구 달서갑 유영하 의원은 찬성파 의원들이 '쥐새끼'라며 "그대들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 비윤석열계 인사는 본보에 "국민 다수에 대한 배신은 괜찮고, 불법 계엄을 한 대통령에 대한 배신은 안 된다는 주장은 민주정이 아닌 왕정에 어울리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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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중 머리를 앞으로 기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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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너도 나가라' 할까 봐 겁나...무력감 크다"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쇄신 목소리는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탄핵 찬성표를 던졌던 초선 김상욱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에서 "솔직히 말하면 살해 협박도 많고 왕따도 심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본보에 "(친윤계의 왕따는) 정말 치졸한 행태이지만 반발하면 '너도 당에서 떠나라'고 할까 봐 두렵다"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영남권 초선 의원도 "친윤계와 중진 20~30명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의총장에 나가서 얘기해 봐야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라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잠자코 있다"고 했다. 2022년 친윤계에 의해 국민의힘 당대표 자리에서 축출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조차 "저를 쫓아낸다고 할 때 임기 초의 대통령이 다 보고받는 서슬 퍼런 상황 속에서도 의총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중진 의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자신이 당했던 것보다 지금 여당 분위기가 더 심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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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실시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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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소추 잘했다" 78% 여론과 거꾸로


윤 대통령 방탄 목소리가 득세하고 탄핵 찬성파는 숨죽이는 국민의힘은 민심과 정확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잘된 결정’이라는 답변이 78%로, ‘잘못된 결정’(18%)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퇴행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을 두고 박근혜 탄핵 이후 기사회생한 경험이 오판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궤멸 위기까지 나왔지만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일단은 버티면 살 수 있다는 근시안적 시각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의힘 주류는 사과 없이도 버티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의해 상황이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여전히 요행만 바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대 진영의 반사이익만 노린 채 스스로 환골탈태할 의지조차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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