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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뉴스AS] 대법, 통상임금 범위 확대…내 월급도 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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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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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1년 만에 통상임금 판단 기준에서 ‘고정성’ 개념을 폐기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급 당일 재직 여부, 근무 일수 충족 등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 항목들이 새롭게 통상임금에 포함됐습니다. 이 경우 통상임금이 인상되고, 이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도 인상됩니다. 한겨레가 판결 내용과 그 배경, 이에 따라 우리 월급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봤습니다.







통상임금이 뭔가요?





먼저 통상임금이 뭔지부터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합니다. 문언 그대로 보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따라 일하기로 약정한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합니다. 쉽게 생각해 ‘통상’적으로 일하면 받을 ‘임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등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받는 기본급·식대·교통비·상여금 등 여러 임금항목 가운데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을 합친 뒤, 이를 기준으로 각종 법정수당이 계산됩니다.







2013년 대법원 판결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각각의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늘 논란이 많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통상임금을 최대한 줄여야 초과근로수당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범위를 좁히려고 했고, 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려 했습니다. 기본급 같은 항목이야 당연히 통상임금으로 이해됐지만, 격월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는 식대·교통비 등이 주로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의 개념적 요건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정리했습니다. 정기성은 한 달에 한 번 지급되든 두 달에 한 번 지급되든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성질을 말합니다.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되거나,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도달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성질입니다. 고정성은 ‘어떤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돼야 하는’ 성질로 정의됐습니다.



이에 따라 두 달에 한 번씩 모든 노동자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나, 같은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직무·직책수당, 소정근로만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식대·교통비는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이해돼왔습니다.







문제의 ‘고정성’





문제가 된 것은 ‘고정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여금 등을 지급 당일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 조건부’ 임금과 매달 일정 금액을 월 15일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은 ‘조건에 따라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고정성이 부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일을 하는 현대차·기아차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의 희비가 갈렸습니다. 기아차에는 상여금에 부가 조건이 없었던 반면, 현대차는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기아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지만, 현대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업장 노동자 대부분이 받는 임금인데, 단지 지급조건에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있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 산정을 위해 ‘사전에 정해둬야 하는 임금’인데, 노동자가 퇴직하거나 소정근로일수에 못 미치게 근무하는 경우까지 고려해 통상임금 범위를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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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으로 임금 계산하면





결국 대법원은 지난 19일 판결로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가능성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직 조건부 임금이나 근로일수 조건부 임금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주휴일이 하루인 월급제 영업사원 ㄱ씨가 매달 기본급 250만원과 월급 당일 재직해야만 지급되는 상여금 50만원, 한 달에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되는 식대 2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12월19일 전까지는 상여금과 식대는 고정성이 부정돼 월 통상임금이 기본급 250만원에 그쳤지만, 12월19일부터는 상여금과 식대까지 합쳐 월 통상임금이 320만원이 됩니다. ㄱ씨가 한 시간 연장근로를 해 받을 수 있는 연장근로수당(월 통상임금÷209시간×1.5배)은 과거엔 1만7943원이었지만, 통상임금 확대 이후로는 2만2967원으로 오릅니다.



ㄱ씨가 한 달에 상품 10개 이상 판매하면 성과수당 2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역시 ‘조건부 임금’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이므로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운수회사에서 일정 기간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무사고수당 역시 소정근로 제공 이외의 추가적인 자격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이어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기업 꼼수 줄어들까





대법원이 고정성 요건 폐기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들의 ‘꼼수’도 자리합니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는 ‘강행적’인 것인데, 단지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을 붙여 통상임금 범위에서 빠지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런 꼼수는 노동현장에 많이 존재합니다. 판결 전 재직·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포함됐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임금항목 대부분에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을 붙여,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통상임금은 낮추는 수법을 썼습니다. 초과근로수당을 아끼기 위해, 월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형적 임금체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임금명세서·임금규정부터 확인





그럼 이제 무엇을 확인하면 될까요? 먼저 임금명세서를 통해 내가 받고 있는 임금의 구체적 항목을 확인하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을 통해 지급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수당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면서, 지급기준에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어 있다면, 12월19일부터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초과근로수당도 인상돼야 합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면 고정오티(OT )수당도 올라야 정상입니다 . 올해 사용하지 못한 미사용 연차휴가수당도 새로운 기준에 따라 확정된 통상임금에 따라 지급돼야 할 것입니다 .



아쉽게도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과거에 덜 지급받은 임금을 새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법원이 “12월18일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종래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정성 요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이미 제기한 경우엔 새로운 기준에 따라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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