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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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7%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각 5%에 불과했다. 대선 후보 지지도가 아닌 지명도·인기 등이 반영된 지표이긴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원톱’ 구도가 더욱 굳어진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당 지지율과의 격차 등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① 이재명 1강 체제 강해졌다
한국갤럽이 17~20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선도호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5%)에서 이재명 대표는 37%를 찍었다.
갤럽은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이름을 죽 불러주는 선다형이 아닌 응답자가 자유롭게 이름을 대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부터 실시된 24차례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대선 패배 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당선으로 재기했을 때도 15%(2022년 6월 둘째주)까지 곤두박질 쳤지만, 민주당 대표 선출 직후 27%(2022년 9월 첫째주)로 끌어올렸다.
이후 다시 떨어진 선호도는 2년간 20%대 초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뚜렷한 야권 경쟁자가 없고, 여권 경쟁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 중후반에 그치는 상황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이다.
분위기는 당대표 2기가 시작된 올해 9월부터 바뀌었다. 의-정 갈등,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논란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 턱걸이를 시작했고, 10월 말부터 10%대로 무너졌다. 한 전 대표 선호도 역시 보수층이 이탈하며 당대표 선출 직후 19%(7월 넷째주)에서 14%(11월 첫째주)→11%(12월 첫째주)→5%(12월 셋째주)로 뚝뚝 떨어졌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이 대표 선호도는 9월 넷째주 25%에서 12·3 내란사태 전후 29%(11월 첫째주, 12월 첫째주)로 상승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이뤄진 이번 12월 셋째주 조사에서 8%포인트 수직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인 37%를 찍었다.
선호도 전체 순위는 이재명(37%), 한동훈·홍준표(각 5%), 조국(3%), 오세훈·김문수·이준석·유승민(각 2%), 안철수·우원식 각 1% 순이다.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수감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조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2주 전 조사에서 선호도 3%였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내란사태를 조기 진압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처음으로 후보군에 진입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선호도만 놓고 보면 이 대표와 경쟁할 야권 후보는 없는 셈이다.
한동훈 전 대표 등 여권 후보 7명 선호도를 단순 합산해도 이 대표 선호도의 절반 수준인 19%에 그친다. 선호도는 지지율과 다르다. 특히 대선에서는 후보와 상관 없이 여야 거대양당으로 쏠림 투표가 뚜렷해진다. 다만 과거 한국갤럽 선호도 조사에서 일찌감치 1위를 굳힌 이가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② 박근혜 탄핵 때 문재인과 비교하면
한국갤럽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도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했다. 당시 조사는 지금과 달리 이름을 불러주고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직전 선호도 조사(2016년 12월 둘째주)에서는 문재인·반기문 각 20%, 이재명 18%, 안철수 8%, 안희정 5%, 박원순 3%, 손학규 3%, 유승민 3% 순이었다.
가결 한달 뒤 선호도 조사(2017년 1월 둘째주)에서 후보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31%, 반기문 20%, 이재명 12%, 안철수 7%, 안희정 6%, 황교안 5%, 유승민 3%, 손학규 2% 순으로 정리된 것이다.
윤석열 탄핵안 가결 직후 이재명 대표의 선호도(37%)는, 8년 전 박근혜 탄핵안 가결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 선호도(31%)를 상회한다. 다만 8년 전에는 여야 모두 후보 다자구도가 뚜렷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이재명·안희정 3강 구도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이어졌고, 문 전 대통령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누구를 선호하는지 답하지 않고 의견을 유보한 비율 역시 35%에 달했다. 여야 다자구도였던 8년 전 의견 유보 비율은 13%에 그쳤다.
그렇다 해도 이 대표의 지역별·정치 성향별 지지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서울(39%), 인천·경기(42%), 광주·전라(55%), 대전·세종·충청(41%) 등에서 선호도 평균을 끌어 올렸다. 보수층이 많은 부산·울산·경남(23%), 대구·경북(19%)에서도 오히려 한동훈·홍준표 등을 크게 앞섰다. 정치 성향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69%, 스스로를 진보라고 밝힌 이들의 64%, 중도층 39%가 장래 정치 지도자로 이재명을 꼽았다.
수도권·호남·민주당 등 핵심 지지 기반에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갤럽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선호도는 확고하다. 다른 인물은 전무하다”고 했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들어 최고치인 48%를 기록했다. 내란사태·탄핵 정국 기간만 떼어보면, 당 지지율은 37%→48%, 이 대표 선호도는 29%→37%로 가파르게 동반 상승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지지율과 이 대표 선호도 사이 격차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 아쉬울 수 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표적 수사로 촉발된 사법리스크, 잇단 정책 우클릭, 이재명 개인에 대한 비호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지·선호층 괴리는 대선 전략을 짤 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이재명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며 파고드는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8%, 국민의힘 24%,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였다. 8년 전 탄핵안 가결 한달 뒤 조사에서는 민주당 41%, 새누리당 12%, 국민의당 10%, 바른정당 7%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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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리멸렬 국민의힘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당 지지율은 물론, 주요 대선 후보 선호도 성적 모두 처참한 수준이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당에서 축출된 한 전 대표(5%)는, 여권 차기 유력 대선주자에서 ‘고만고만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한 전 대표 선호도는 국민의힘 지지층(16%), 보수층(12%), 대구·경북(9%), 70대 이상(10%) 등 핵심 지지기반에서 지리멸렬한 수준을 보였다. 당대표로 있으며 중·수·청 외연 확장을 외쳤지만, 선호도는 중도층 5%, 수도권 3∼5%, 청년 4%에 불과했다.
탄핵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한 전 대표를 비판했던 홍준표 대구시장(5%)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갤럽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홍준표·한동훈이 10%대, 이외 여러 인물은 선호도 10% 미만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사실상 구심점 부재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주역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2%)이 1년 만에 선호도 순위에 재등장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결과다.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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