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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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의 첫 재판이 내년 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가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만 8만8천개에 이르는 등 워낙 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서, 이를 선별·분석하는 데 최소 두달 이상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창원지검은 명태균씨로부터 지난 12일 오후 넘겨받은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USB) 1개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마치고, 지난 17일 오후부터 증거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명씨가 2019년 9월2일부터 2023년 11월24일까지 사용한 갤럭시 노트10 휴대전화부터 들여다보고 있다. 2021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 2022년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이 모두 이 휴대전화 사용기간에 들어있다. 명씨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녹음파일을 자동으로 삭제하는 앱을 사용했는데, 검찰은 삭제된 녹음파일 대부분을 되살렸다.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삭제한 파일은 복구하지 못했다.
선별 작업은 검사와 명씨 변호인이 함께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파일을 컴퓨터 화면으로 하나하나 보면서 증거로 채택할 것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선별은 파일 종류별로 하는데, 포렌식으로 복구한 카카오톡·텔레그램·문자 메시지 파일만 15만5천여개에 이른다. 20일 현재 텔레그램·문자 선별은 끝냈고, 카카오톡 선별을 하고 있다. 사진·동영상·녹음 파일 등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안드로이드폰 특성상 통화목록은 최근 통화한 2500개만 남아있어, 그 이전 통화는 목록도 없이 일일이 확인해야 할 형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매달리지만, 휴대전화 1대 선별 작업에 최소 2~3주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선별 작업이 끝나면, 다시 하나하나 분석을 해야 하는데, 분석은 선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 1개 모두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명태균씨가 지난달 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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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휴대전화의 선별 작업은 20일 현재 10~20% 정도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 부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러 유력 정치인들과 소통한 사실은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와는 인터넷 기사를 주고받는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선별 작업에서는 파일을 열어서 내용까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어떤 내용으로 소통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창원지법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사건의 쟁점·증거·증인 등을 정리하기 위한 준비절차인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3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증거인 휴대전화 내용을 아직 선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공판준비기일도 한번에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아직 증거 목록을 완성하지 못했고, 우리도 30권에 이르는 검찰 조사기록 검토를 끝내지 못해 의견서도 쓰지 못했다. 23일 공판준비기일이 열리지만, 의미 있는 준비기일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휴대전화 분석 기간을 고려할 때, 첫 재판은 내년 3월에나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도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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