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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한강은 보았다…계엄군의 머뭇거림을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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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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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 베를린 특파원



숫자를 기억하는 일에 재능은 없지만, 올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축하 주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12·3 내란사태 직후인 지난 6일(현지시각) 막을 올린 노벨 주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틀 전인 12일 끝이 났다. 한강 작가가 이 기간 처음 대중 앞에 서는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모두의 관심은 그가 비상계엄에 관해 꺼낼 한마디로 쏠리는 게 자연스러웠다.



이 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가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출동했던 젊은 경찰과 군인들에 대해 했던 말을 다시 옮겨본다.



“(그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출동) 명령을 내린 사람들의 입장에선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



한강 작가는 머뭇거리는 계엄군으로부터 1980년 5월의 광주를 봤던 것 같다.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중략)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노벨상 취재 기간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스톡홀름에선 한강 작가의 연설 현장이나 시상식, 낭독회 극장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인 교민들이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탄핵 집회를 열었다. 성악가인 한 교민은 영하의 추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노래를 부르며 1인시위를 했다. 한 독일인 친구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앞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집회 사진을 보내왔다. 전자우편함엔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각지에서 탄핵안 의결을 촉구하는 집회 소식을 전하는 메일이 쌓였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그래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 적극적인 시민들의 모습이 며칠 전 국회와 44년 전 광주 도청 앞의 모습과 교차했다.



한강 작가는 지난 11일 수상 소감을 밝히는 만찬에서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본, “폭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름 모를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반면 국회 질의와 수사 과정에선 윤 대통령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계엄령 발동을 주도하고,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들이 누구인지 드러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계엄을 “고도의 통치 행위”라며 그 정당성을 옹호하고 탄핵을 정권 재창출을 막을 방해물로 여기는 여당의 인식도 드러났다. 계엄령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대부분은 이후 소극적으로 침묵을 지켰고,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계엄 반대 의사를 냈다고 국회에서 밝힌 국무위원은 두명 남짓이었다. 이들의 적극성과 소극성은 단지 권력의 속성에서 기인한 것일까.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 질문이지만 그들이 어느 편에 있었는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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